SK텔레콤 새 대표에 정재헌…해킹 사태 수습할 법조인 소방수

입력 2025-10-29 17:24
수정 2025-10-30 01:14
SK텔레콤이 정재헌 대외협력담당(CGO·사장·사진)을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의 첫 법조인 출신 CEO다. 그룹 차원의 데이터·사이버 보안 거버넌스 재편을 이끌 ‘소방수’로 꼽히는 정 사장은 올해 초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태 이후 떨어진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내부 통제 강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유영상 SK텔레콤 CEO는 수펙스추구협의회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사장단 인사를 30일 실시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거쳐 2020년 3월 SK텔레콤에 합류한 정 사장은 그룹 내 준법·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한 인물로 꼽힌다. 현재 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위원장을 맡아 주요 계열사의 컴플라이언스, 데이터 관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체계 강화를 총괄하고 있다. 법률적 전문성과 조직 통제 경험을 겸비한 ‘거버넌스 설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해킹 사고 수습을 넘어 데이터 보안과 내부 통제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하겠다는 의지로 업계는 해석한다. 정 사장은 CEO 취임 후 보안 의사결정 프로세스 재편, 그룹사 간 통합 리스크 대응 체계 구축, 고객 데이터 보호 기준 강화 등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발생한 유심(USIM) 해킹 사건으로 78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잃었다. 요금 50% 할인과 데이터 추가 제공 등 보상책을 내놨지만 이탈세를 막지 못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1348억원의 과징금 처분도 받았다. 유심 해킹 사건은 그룹 전반의 보안 거버넌스 체계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불러오며 이번 인사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SK텔레콤은 30여 명 규모의 임원 감축도 병행한다. 지난해 임원의 4분의 1 수준인 30명을 줄인 데 이어 올해도 ‘슬림 조직·책임 경영’ 기조를 강화할 방침이다.

SK그룹은 통상 11월 말~12월 초에 사장단 인사를 했지만, 올해는 한 달 이상 앞당겼다. 다음달 6일 열리는 ‘CEO 세미나’ 전에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하고 내년 사업 전략을 확정하려는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규모도 중폭 이상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SKC, SK브로드밴드 등 주요 계열사 CEO 교체도 거론된다. SK이노베이션은 장용호 총괄사장·추형욱 대표이사 사장의 ‘투톱’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반영해 SK그룹이 데이터·보안·준법 중심의 경영 체계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CEO 세대교체를 통해 리스크 대응력과 실행력을 높이려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김진원/김우섭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