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의 신규 원자로 사업에 최소 800억달러(약 115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건설 사업에서 한국 원전 기업이 수주를 따낼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이 일본 기업과 우선 협력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이날 웨스팅하우스를 공동 소유한 브룩필드자산운용, 카메코와 신규 원자로 건설 사업 관련 투자 약정을 체결했다. 브루스 플랫 브룩필드 최고경영자(CEO)와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 일본 현지에서 계약 서명식에 참석했다.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대형 상용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건설을 위해 투자한다는 게 협약의 골자다. WP는 “원전이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빅테크와 정부는 원전을 ‘인공지능(AI) 혁신 발전을 위한 핵심축’(린치핀)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협정에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도 넣었다. 이에 따라 웨스팅하우스의 원자로 건설에 미국 정부가 800억달러를 투자한 뒤 175억달러 넘는 수익이 발생하면 수익의 20%를 미국 정부가 받는다.
또 미국 행정부는 웨스팅하우스 기업가치가 300억달러를 초과하면 상장을 요구할 수 있고, 상장 시 미국 납세자는 기업 지분의 20%를 갖도록 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성명에서 “미국의 에너지 역량을 최대한 강화하고, 글로벌 AI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대한 비전을 펼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에 일본도 참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에서 5500억달러 규모 미·일 무역협정을 맺었다. 이날 발표된 ‘미·일 간 투자에 관한 공동 팩트시트’를 보면 미쓰비시, 도시바 등 일본 기업은 AP1000 원자로 건설 등 미국 원전 사업에 10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부지 확보와 인허가 절차를 지원하고, 대출 보증 및 해외 수주 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트럼프 정부가 원전 건립에 적극적인 것은 원전 르네상스 전략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 5월 2050년까지 미국 원전 설비 용량을 400기가와트(GW)로 확대하는 원전 르네상스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시장에선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자금 투입이 국내 주요 원전 관련 기업의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했고, 자국 내 원전 건설 역량이 부족하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웨스팅하우스와 원전 조인트벤처(JV)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펀드’ 중 일부가 원전 투자에 사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에 일본 기업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에서 한수원 등 한국 기업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22년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전력과 한수원이 개발한 APR1400 원전 설계가 자사 기술을 무단 사용했다며 국제 소송을 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