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인터넷’으로 불리는 저궤도(LEO) 위성 인터넷 시장에서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스페이스X를 앞세운 미국이 일찌감치 치고 나갔지만 중국이 빠르게 추격전에 나섰고 유럽 기업도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주 인터넷은 지구 저궤도(지상 300~1500㎞)에 쏘아 올린 위성을 통해 지상 기지국 없이 인터넷을 서비스한다. 하늘, 바다, 사막에서도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해 차세대 통신망으로 꼽힌다. ◇1만 번 위성 발사 성공, 스페이스X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지난 19일 1만 번째 스타링크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로, 위성과 스마트폰 등을 연결하는 D2D(Direct-to-Device)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페이스X는 불량이거나 수명이 다한 위성을 제외하고 8732개 위성으로 스타링크를 운영한다.
아마존도 4월 첫 상용 위성을 발사하며 저궤도 위성 인터넷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153기 위성을 저궤도에 배치했다. 아마존은 위성 인터넷 서비스 ‘카이퍼’를 이르면 올해 말 선보일 예정이다. 아마존은 이 프로젝트에 100억달러(약 14조33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중국에선 정부가 저궤도 위성 사업을 주도한다.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위성네트워크그룹이 추진하는 ‘궈왕’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첫 위성을 지난해 12월 발사했다. 궈왕은 저궤도 위성 인터넷에 활용할 위성을 총 1만2000개 이상 발사할 계획이다. 현재 위성 107기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궈왕은 중국 주도의 ‘디지털 실크로드’를 우주로 확장하고, 미국의 기술 패권에 대응해 독자적인 네트워크 주권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차세대 통신망 선점 경쟁저궤도 위성 인터넷 시장이 주목받는 건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는 이 시장 규모가 올해 118억달러에서 2030년 207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안보 측면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는 군사작전 등에 스타링크를 활용했다. 중국이 저궤도 위성 인터넷에 눈독을 들이는 핵심 요인도 안보다. 왕리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궈왕의 핵심 목표는 이윤 창출이 아니라 일대일로(一帶一路) 참여국에 중국 표준의 통신 인프라를 제공하고 군사, 안보 분야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 관련 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다.
저궤도 위성 인터넷을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이 통신망의 통제 문제가 중요해졌다. 유럽이 최근 저궤도 위성 인터넷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럽연합(EU)은 ‘아이리스2(IRIS2)’라는 독자 위성 통신망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작년 12월 유럽우주국과 관련 컨소시엄 ‘스페이스라이즈’를 설립해 106억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유럽 3대 항공우주 기업인 에어버스, 탈레스, 레오나르도는 미국 스페이스X에 대응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달 23일 위성 제조와 서비스 부문을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로이터통신은 “2001년 유럽 합작 미사일 제조업체 MBDA를 세운 이후 유럽의 항공우주 분야에서 가장 야심 찬 통합”이라고 평가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