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앞세운 ‘스마트 조선소’ 전환 경쟁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설계 자동화 플랫폼을 구축했고,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은 디지털트윈·빅데이터 기반 차세대 생산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중후장대 산업이 AI를 만나 첨단 엔지니어링 산업으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삼성중공업은 29일 경남 거제 삼성호텔에서 ‘오토 투 비전’ 행사를 열고 설계 자동화 플랫폼 ‘S-EDP’를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페트로나스, ENI, 비거마린 등 고객사 주요 인사 80여 명이 참석했다. S-EDP는 조선·해양 설계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자동 저장 및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웹으로 접근이 가능해 실시간 설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도면·문서·계산서를 자동으로 작성해 설계 기간을 단축하고 데이터와 도면, 최종 제작 모델 간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은 S-EDP를 기반으로 설계 자동화율을 2030년까지 두 배 이상으로 높이고, 설계·구매·생산 전 과정을 하나의 데이터 체계로 연결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완성할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미래 첨단 조선소(FOS)’ 프로젝트를 통해 단계적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완료한 1단계 ‘눈에 보이는 조선소’에서는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해 가상의 조선소에서 생산 공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진행 중인 2단계에서는 AI 분석을 통한 예측 및 최적화 기능을 더해 2030년까지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를 완성할 계획이다.
한화오션도 거제조선소에 약 3000억원을 투입해 스마트 야드를 구축 중이다. 드론·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활용해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용접·가공 로봇을 투입해 생산 자동화율 7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필리조선소에도 한화의 스마트 야드 기술을 적용해 북미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빅3가 AI와 로봇을 결합한 차세대 생산체제 구축에 나서면서 조선업도 첨단산업 반열에 오르고 있다”며 “스마트 조선소 구축 속도에 따라 향후 수주 경쟁력이 갈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