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9일 18:1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H&Q코리아가 현대엘리베이터 보통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 전량을 처분했다. 2023년 현정은 회장의 '백기사'로 현대네트워크(현 현대홀딩스컴퍼니)에 투자했던 H&Q는 EB 투자 하나만으로 2년 만에 투자원금 대비 2배 넘는 수익을 올렸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Q의 특수목적법인 메트로폴리탄홀딩스는 전날 현대홀딩스컴퍼니가 발행한 EB 전량에 대한 교환권을 행사하고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통해 처분했다. EB의 교환 대상은 현대홀딩스컴퍼니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보통주 약 4.9%다.
블록딜 주관사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할인율은 전날 종가(8만6900원)대비 4.5% 수준이다. 블록딜로 주식을 사간 투자자들의 매물이 쏟아지며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7.13% 급락한 채로 거래를 마쳤다.
H&Q는 현대홀딩스컴퍼니 EB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EB 발행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4만원대였으나 최근엔 8만원대까지 올랐다. H&Q는 투자원금 대비 수익률(MOIC) 약 2배, 시간가치를 고려한 내부수익률(IRR)은 약 40%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H&Q의 현대그룹 투자는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쉰들러가 2014년 현정은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대법원이 쉰들러 손을 들어주며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과 지연이자를 배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현 회장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백기사'가 H&Q다. 그해 11월 H&Q는 현 회장의 가족회사인 현대홀딩스컴퍼니에 3100억원을 투자했고, 그 중 800억원이 EB 투자에 쓰였다. 나머지 2300억원은 각각 현대홀딩스컴퍼니 상환전환우선주(RCPS), 전환사채(CB) 인수에 활용됐다.
현대홀딩스컴퍼니가 RCPS와 CB를 되사오는 콜옵션 행사 가능 시점은 각각 올해 11월, 내년 11월이며 보장 수익률은 연 8.5~11% 수준이다. 이 같은 구조가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홀딩스컴퍼니가 보장된 수익률로 콜옵션을 행사하려면 유일한 자회사 현대엘리베이터에서 최대한 배당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엘리베이터 2023년 결산배당은 주당 4000원으로 전년 대비 8배에 달했다. 현대홀딩스컴퍼니가 RCPS와 CB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현 회장은 현대홀딩스컴퍼니 지배력이 취약해진다.
현대홀딩스컴퍼니는 현 회장과 세 자녀가 7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30%는 H&Q가 RCPS로 들고 있다. H&Q가 RCPS와 CB를 보통주로 바꾸면 현대홀딩스컴퍼니 지분 약 50%를 보유하게 된다.
송은경/차준호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