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 28일 오후 2시 5분
금융당국이 NH투자증권 투자은행(IB) 임원의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행위 혐의를 포착하고 NH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상장사 공개매수 업무를 총괄하던 임원이 내부 정보를 외부로 흘려 수십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 증권사에서 고위 간부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는 만큼 증권사 전반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부통제 무너진 ‘절대강자’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28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IB 부문 고위직이 상장사 공개매수 관련 미공개 정보를 지인들에게 흘려 부당이득을 취한 정황을 포착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임원은 최근 2년여간 NH투자증권이 공개매수를 주관한 기업 가운데 11곳의 공개매수 정보를 직장 동료와 외부 지인에게 미리 흘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공개매수 발표 직전 주식을 사들였다가 발표 직후 주가가 급등하면 매도하는 식으로 20억원가량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이들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거래 계좌를 수시로 바꿔가며 매매하는 방식으로 감시망을 피해온 정황도 포착했다. 공개매수 발표 전후로 해당 임원 측과 정보 이용자들 간 거액의 금전거래가 오간 내역이 확인돼 부당이득을 공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국내 공개매수 시장의 ‘절대 강자’로 꼽힌다. 2023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이뤄진 공개매수 61건 중 36건을 주관했다. MBK·UCK파트너스의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 한앤컴퍼니의 루트로닉·쌍용C&E 공개매수,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등을 진행했다. 국내 사모펀드(PE) 관계자는 “공개매수는 사전에 정보가 유출돼 주가가 오르면 실패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철저한 보안이 딜 성패를 가른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공개매수 직전 대량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은 반복돼왔다. 공개매수 정보의 사전 유출 및 미공개 정보 이용에 대한 의혹도 꾸준히 제기됐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2024년 불공정거래 통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감독당국에 통보한 불공정거래 혐의 중 공개매수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유형은 12건이다. 지난해 이뤄진 공개매수 26건의 46%에 해당하는 수치다. ◇합동대응단 “엄정 대응할 것”시장에서는 NH투자증권 신뢰도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증권사는 미공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데, 직접 그 정보를 악용한 대표적 사례로 꼽힐 수 있어서다. 지금까지는 주로 법무법인 사모펀드 등의 사무직·전산직 등 한발 떨어진 인력이 연루된 경우가 많았다. IB 부문을 총괄하는 임원이 연루된 건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충격이 작지 않다.
NH투자증권은 지난 7월에도 IB 부서 직원이 상장사 공개매수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했다는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다. IB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 주관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증권사 임원이 악용했다면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니라 조직 차원의 통제 실패”라고 비판했다.
합동수사단은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사건은 7월 합동대응단 출범 후 두 번째 사건이다. 합동대응단 관계자는 “감시 사각지대에 있는 금융회사 및 사무대행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점검·조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위법행위 적발 시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사실관계 규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회사 측은 “사안의 중대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해외 출장 중인 해당 임원에게 즉시 복귀를 명령해 적극적으로 조사에 응하고 소상히 소명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차원에서도 사실관계를 면밀히 규명하는 데 적극 협조하고, 추후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했다.
최석철/배정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