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부조율 복잡" 韓 "국익 우선"…관세협상 '연장전' 가나

입력 2025-10-28 17:42
수정 2025-11-03 16:17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도 관세협상이 좀처럼 고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막판 압박 전술이 펼쳐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국익 우선 원칙을 고수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국 고위 관료들이 공개적으로 정상회담 계기 타결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치열한 샅바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 정부 “마지막까지 협상” 28일 정부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주말 이후 최근까지 두 차례 이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화상회의를 했다. 이들은 마지막 쟁점으로 남은 3500억달러 대미 투자펀드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최종 시점까지 다양한 형태로 미국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막바지 협상 중이지만 겉으로 드러난 분위기가 긍정적이진 않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7일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한·미 협상 상황을 두고 “전체적인 틀은 마련됐으나 처리해야 할 세부 사항이 많다”고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세협상 양해각서(MOU)가 서명될 가능성을 얼마로 보냐’는 질의에 “그렇게 얘기하는 것에 자신이 없다”고 했다.

물리적으로 협상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정상회담 계기 타결이 어렵다고 보는 요인이다. 결국 두 정상이 회담에서 협상 결과를 보고받고 “양국 관계를 위해 조기 타결이 필요하다”는 원칙적 선언을 하거나 연내 마무리를 목표로 하는 프레임워크를 도출하는 선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럴 경우 25% 자동차 관세가 최종 타결 때까지 지속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타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한 통상 전문가는 “끝까지 압박하는 러트닉 장관과 ‘국익을 지키라’는 지시를 받은 우리 협상팀이 서로를 마지막까지 쥐어짜는 형국”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성격에 비춰 얼마든지 양보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마지막에 타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 관세협상 결과에 안보 의제 발표 달려한·미 관세협상 결과는 안보 의제 발표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한·미 양국은 한국이 자체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는 데 의견 일치를 본 상태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는 크게 세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관세협상이 타결돼 안보 의제와 패키지 합의문을 발표하는 경우와 관세는 제외하고 안보 합의문만 발표하거나 아예 모든 발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다. 조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관세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면 안보협상과 분리해서 협상해 결론이 날 수 있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측은 패키지 발표를 선호하지만, 한국은 무역과 안보 의제를 구분하는 방식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이 막판 조율에 성공한다면 정상회담에서 협정 체결과 함께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이나 공동선언문(joint declaration) 등이 나올 수 있다. 정상회담 결과로 나온 공동성명이나 공동선언문 등 합의문은 각 정상의 서명이 담겼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구속력을 가진다. 공동성명은 정상 간 합의를 공식화하는 정치문서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책 방향을 밝히고 이후 조약·협정 체결의 바탕으로 활용되며 국내에서 후속 입법의 근거가 된다.

경주=한재영/하지은/배성수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