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암호화폐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근 미국이 민간 주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해 달러 기반 암호화폐의 영향력을 키우는 가운데 중국은 암호화폐 규제를 유지하면서 중앙이 주도하는 디지털 위안화(e-CNY)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판궁성 인민은행장은 지난 27일 베이징에서 열린 금융가포럼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국제 금융당국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고객신원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글로벌 금융 규제의 사각지대를 넓히고 있다”며 “2017년 이후 시행 중인 암호화폐 관련 규제 정책을 유지하고, 사법기관과 협력해 암호화폐 거래 및 투기 행위를 단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움직임은 최근 미국과 홍콩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은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니어스법’에 서명하며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확립했고, 홍콩은 8월 ‘스테이블코인 조례’를 발효했다. 반면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 징둥닷컴 등 빅테크가 홍콩에서 추진하던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을 전면 중단시키며 “화폐 발행권은 중앙에 있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다만 중국은 스테이블코인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최근 정부 최대 연구기금은 ‘스테이블코인 및 교차 국가 모니터링 시스템’ 연구 과제를 공모하며 과제당 연구비 20만~30만위안(약 4000만~6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은 e-CNY의 전략적 위상을 재정립하고 상업은행 참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