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소비, 투자 등 내수 회복에 힘입어 예상보다 높은 1.2%의 3분기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8월 전망치(1.1%)를 웃돌며 작년 1분기 이후 1년 반 만의 최고치다. 작년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네 분기 연속 ‘제로 성장’을 이어온 침체 국면에서 벗어난 것이다.
성장의 중심에는 내수가 있었다. 민간 소비는 1.3% 늘어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정부의 13조원 규모 소비쿠폰과 증시 활성화가 소비심리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소비도 1.2% 증가해 2022년 4분기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은 설비투자(2.4%)와 수출(1.5%)도 성장을 뒷받침했다. 기획재정부는 “전형적인 경기 회복 국면”이라며 올해 성장률 전망을 1%대로 상향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낙관하기엔 이르다. 건설투자는 여섯 분기 연속 마이너스(-0.1%)를 기록했고, 수출도 반도체를 제외하면 자동차·기계·철강 등은 선방한 수준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3분기 성장을 견인한 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소진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9월부터 두 달 연속 하락하는 등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추가 쿠폰을 발행하기에는 재정 여력도 넉넉지 않다. 정부는 지난 5월 13조8000억원 규모의 1차 추가경정예산에 이어, 7월에는 소비쿠폰을 포함한 31조8000억원의 2차 추경을 편성했다. 이에 따라 8월 말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88조원을 기록했다.
소비쿠폰 같은 현금성 부양책은 단기 경기를 보강하는 마중물에 그쳐야 한다. 이제는 구조개혁과 생산성 제고를 통한 ‘정석 성장’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침체 산업은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미래 산업은 규제 완화와 정책 지원으로 육성해야 한다. 기업이 활력을 되찾아야 일자리와 소득이 늘고, 소비와 투자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기대 이상의 성장률은 고무적이지만, 재정 의존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