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의 퇴장에…韓·中 스판덱스 산업 위축

입력 2025-10-28 17:12
수정 2025-10-29 03:08
레깅스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때 ‘애슬레저 열풍’의 상징으로 떠오른 레깅스는 3~4년 만에 패션 트렌드 중심에서 밀려났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Z세대를 중심으로 헐렁한 옷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진 영향이다. 레깅스의 주된 소재인 스판덱스를 생산하는 국내외 주요 기업 실적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中 스판덱스 증설 ‘반 토막’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스판덱스 세계 1위 기업인 효성티앤씨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연일 낮아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지난달 말 추정치를 기존 약 790억원에서 75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하나증권도 이달 중순 595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인 794억원 대비 약 25% 낮은 수준이다.

중국 내 스판덱스 생산업체도 사정이 비슷하다. 화펑케미컬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옌타이타이허와 바이루 등도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제품 가격이 하락해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스판덱스 관련 신규 설비 투자도 줄고 있다. 스판덱스 증설 규모는 올해 16만t에서 내년 7만t으로 반 토막 날 것으로 예상된다.

스판덱스 수요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레깅스 시장 축소다. 리테일 데이터 분석업체 에디티드에 따르면 여성용 운동복 하의 시장에서 레깅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46.9%에서 작년 38.7%로 떨어졌다. 시장 중심이 조거, 트랙 팬츠, 와이드 팬츠 등 헐렁한 ‘루즈핏’ 제품으로 이동해 레깅스 독주 구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Z세대 헐렁한 옷 선호레깅스 시장 침체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는 룰루레몬이다.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약 50% 급락했다. 실적이 투자자들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룰루레몬이 최근 제시한 올해 연간 주당순이익 전망치(12.77~12.97달러)는 시장 예상치(14.45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룰루레몬은 레깅스 비중을 낮추고 신제품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경쟁사 알로요가 등도 루즈핏 팬츠와 트랙 팬츠 비중을 크게 높이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알로요가는 몸에 딱 붙지 않는 여유 있는 바지형 운동복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워 매출을 늘리고 있다.

국내 브랜드도 대응에 나섰다. 안다르는 남성 라인을 확대하고 골프, 트레이닝복 등 일상복형 제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뮬라웨어는 수영복과 요가복을 결합한 ‘스윔레저’ 콘셉트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과거 레깅스 중심으로 성장한 이들 기업은 ‘라이프스타일 웨어’로 중심축을 옮겼다.

기업들의 전략 변화는 핵심 소비층이던 MZ세대가 몸매를 강조한 레깅스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10~20대인 Z세대는 중성적이고 편안한 실루엣을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패션 전문 매체 비즈니스오브패션(BoF)은 최근 “10년 넘게 옷장을 지배해온 레깅스는 이제 더 이상 젊은 소비자의 기본 아이템이 아니다”며 “심지어 헬스장에서조차 레깅스를 입는 사람이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