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 참석한 한인 기업인들은 제조업 등에서 한국의 높아진 위상에 실감한다면서도 정치적 불안정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수출하는 기업 입장에서 사업 기회를 놓치거나 거래처와의 신뢰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에 한국산 배터리 장비 등을 유통하며 연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에프디라이테크의 신현국 대표는 K제조업의 성공을 확신했다. 그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3조원어치가량의 한국 기업 제품을 중국에 판매했다. 2012년부터는 배터리 장비 수출을 주선하며 국내 배터리산업 성장에도 기여했다. 신 대표는 “생활용품은 중국이 많이 따라왔지만 자동화 설비와 반도체 소재 등 ‘공업’ 단계에서는 한국이 중국보다 평균 10년, 반도체는 20년까지도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 우위에도 정치적 리스크를 우려했다. 신 대표는 “미국과의 동맹은 정치적으로 하더라도 경제는 경제로 풀어야 한다”며 “한국 기업들이 중국을 방문해 실질적인 합작 방안을 논의하는 경제 교류는 단절 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43년간 오만 무스카트에서 원양어업을 해 온 김점배 알카오스트레이딩 대표는 오만 주재원으로 나갔다가 부도난 한국 수산회사 배를 두 척 사들여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1000t급 원양어선 네 척과 선원 160여 명을 두고 있다. 그는 “처음 중동에 갔을 때는 공항에서 대접도 못 받았지만 지금은 오만에서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과거 시리아 지인들을 한국에 초청해 발전상을 보여주며 자부심을 느꼈는데, 최근 정치·외교 면에서 불안정한 모습이어서 ‘선진국인 줄 알았는데 우리와 똑같네’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는 “나라가, 집안이 안정돼야 밖에서 뛰는 우리도 힘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해외 진출을 꿈꾸는 국내 기업인에게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월드옥타)를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해외에선 한국인과 거래하지 말라는 말이 많은데 ‘사기’를 당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월드옥타에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며 “오랜 기간 신뢰를 다진 월드옥타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불필요한 비용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송도=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