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8일 외국인의 매도세에 약세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장중 3970선까지 밀리기도 했으나 장 후반 낙폭을 줄여 4000선을 지켰다.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개최되는 한·미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가 발동된 가운데 단기 과열 부담에 따른 차익 실현 매도 물량이 출회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32.42포인트(0.8%) 내린 4010.41로 거래를 마쳤다. 0.8% 하락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장중 1.74%까지 낙폭을 키워 3970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장 들어 하락폭을 일부 만회해 전날 사상 처음으로 돌파한 4000선은 사수했다.
기관이 오후장 들어 '팔자'에서 '사자'로 돌아서면서 낙폭이 축소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1조6412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들은 코스피200 선물도 1조3323억원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이 각각 1조5735억원과 92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한국과 미국 간 무역 협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가 짙어진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 대미 투자 펀드의 구성과 집행 방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의 협상에 차질이 생긴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으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세부 사항을 많이 조율해야 하는 매우 복잡한 협상"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공개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대미 투자 패키지의 주요 내용에 대한 양국 논의가 아직 교착 상태"라고 말했다.
아울러 코스피지수가 이달 들어 전날까지 18% 넘게 급등한 데 따른 과열 부담이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성철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코스피지수가 최근 2거래일 연속 2.5% 이상씩 급등하면서 4000선이라는 심리적 저항선을 돌파했다"며 "이에 따라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발생한 건강한 조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투자자들은 삼성전자(-2.45%)와 SK하이닉스(-2.62%)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에 나섰다. 전날 사상 처음으로 10만원대를 넘어선 삼성전자는 다시 '9만전자'가 됐다. 한미반도체(-4.34%)는 SK하이닉스 TC본더 공급가 협상에 실패했다는 소식 이후 약세로 마감했다.
반면 삼성SDI(9.47%)는 시장 예상을 밑도는 부진한 3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공급 부족 전망과 4분기 실적 회복 기대감에 급등했다. 카카오톡에서 챗GPT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한 카카오(4.6%)는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강세로 마쳤다.
이밖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두산에너빌리티(5.49%) LG에너지솔루션(3.03%) 삼성바이오로직스(1.99%) 네이버(0.8%) 셀트리온(0.5%) 등이 오른 반면 한화오션(-5.87%) HD현대중공업(-4.81%) 한화에어로스페이스(-4.14%) 현대차(-1.57%) KB금융(-1.36%) 기아(-1.05%) 등이 내렸다.
코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0.6포인트(0.07%) 오른 903.3으로 거래를 마쳐 900선을 가까스로 방어했다. 0.01% 오름세로 출발한 코스닥지수는 장중 한때 0.44%까지 상승폭을 확대하기도 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각각 1497억원과 253억원어치를 사들인 반면 외국인이 1561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 중 에코프로(3.62%) HLB(3.14%) 에이비엘바이오(1.17%) 에코프로비엠(0.69%) 파마리서치(0.37%) 레인보우로보틱스(0.29%) 등이 오른 반면 펩트론(-4.37%) 삼천당제약(-3.32%) 알테오젠(-1.55%) 보로노이(-1.89%) 리가켐바이오(-0.07%) 등이 내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6원 오른 1437.7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