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오픈AI의 챗GPT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탑재된다. 카카오톡 친구탭과 숏폼탭 개편으로 '쉰스타'(쉰내 나는 인스타그램)란 조롱까지 받았던 카카오가 AI 기능을 전면에 앞세운 것이다. AI 기능으로 사용자 체류시간을 늘리겠다는 당초 계획과 함께 AI 에이전트 등 새로운 수익모델(BM)을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는 데 주력하겠단 방침이다.AI 에이전트 승부수 될까…분기점에 선 카카오톡
카카오는 28일 카카오톡에서 챗GPT 서비스를 제공하는 '챗GPT 포 카카오' 기능을 출시했다. 챗GPT 계정이 없는 카카오톡 이용자도 사용 가능하다. 채팅탭 상단에 있는 챗GPT 버튼을 누르면 기존 챗GPT5와 동일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챗GPT 업데이트가 될 때마다 챗GPT 포 카카오도 같이 업데이트된다.
챗GPT 포 카카오가 기존 챗GPT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카카오 서비스와의 연동성이다. 유용하 카카오 AI 에이전트 플랫폼 성과리더는 이날 경기 성남 판교 카카오 본사에서 열린 프레스 싱크업 데이에서 기존 챗GPT와의 차별점으로 '카카오 툴즈'를 꼽았다. 카카오 툴즈는 카카오맵, 카카오톡 예약하기, 선물하기, 멜론 등과 연동되는 AI 에이전트다. 챗GPT 포 카카오를 이용해 홍대 근처 태국 음식점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로컬 장소 검색 툴인 카카오맵을 호출해 홍대 근처의 태국 음식점을 추천하는 식이다.
카카오 툴즈가 제공하는 서비스 영역은 카카오 그룹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금융,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카카오 국내 외부 서비스 등과도 연동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 서비스도 품을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카카오는 전날 행정안전부와 AI 에이전트 기반 공공서비스 혁신 업무협약을 맺었다. 유 성과리더는 "카카오톡 내에 AI 금융 분석 시범 서비스를 제공해 선보일 계획"이라며 "이용자는 별도의 앱이나 로그인 절차 없이 카카오 대화만으로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새로운 BM 창출 가능하지만…소비자 반응이 '관건'업계에서는 카카오톡 AI 서비스가 구독, 광고 등 카카오의 새로운 BM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날 챗GPT 포 카카오 출시를 시작으로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내년 1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두 서비스 모두 AI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와 상호작용해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다만 챗GPT 포 카카오는 사용자가 해당 기능을 원할 때만 구동된다. 반면 카나나 인 카카오톡은 채팅창 맥락을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 선제적으로 제시한다. 대화 맥락 인지 여부가 두 기능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AI 에이전트 기능은 카카오 중심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핵심키'다. 카카오 그룹의 여러 서비스를 한데 묶어 사용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A to Z'로 제공할 수 있다면 체류시간 증대도 예상된다. 카카오톡 AI 에이전트 서비스의 시작인 챗GPT 포 카카오의 흥행 여부가 중요한 이유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온디바이스나 AI 에이전트도 결국 소비자가 카카오톡에 오래 머물러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챗GPT 도입이 향방을 결정지을 마지막 키"라고 내다봤다.
카카오톡 체류시간이 증가하면 AI 에이전트 기능을 기반으로 한 수익 파이프라인도 늘릴 수 있다. 현재 카카오 이익 대부분은 광고와 커머스에서 창출되는 상황. AI 에이전트가 카카오 그룹을 넘어 제3자(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이나 기능을 연계할 시 수수료 수취 BM 창출이 가능하다. 구독 모델 또한 기대할 수 있다. 남효지 SK증권리서치센터 연구원은 "AI 서비스가 성공한다면 '구독'이라는 새로운 수익원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AI 에이전트 시장 선점 가능성도 엿보인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AI 에이전트를 최종적으로 카카오 자체 서비스나 국내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하는 걸 목표로 둔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자보다 앞서 시행하고자 하는 만큼 선점 효과와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AI 사업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때"라고 전망했다.
결국 카카오톡 이용자 반응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구탭 개편으로 불만을 표하는 사용자층의 마음을 잡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일각에선 카카오톡을 자체적으로 '롤백'했다는 후기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카카오 입장에서는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만들어낼 수 있는 차별점으로 인공지능 연계성을 선택한 전략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이용 경험이 사용자에게 와닿을 정도인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 같다. AI 경험이 잘 붙게 서비스가 설계되는지, 결국 한 앱에서 챗GPT와 카카오톡 두 가지 일을 하는 느낌을 주는지에 따라 사용자 반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