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 싫어요" MZ 여성들 돌변하더니…줄줄이 '비명'

입력 2025-10-28 07:38
수정 2025-10-28 10:31

레깅스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때 애슬레저 열풍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레깅스는 3~4년 만에 패션 트렌드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코로나 특수’가 끝나고 Z세대를 중심으로 헐렁한 옷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진 영향이다. 레깅스의 주된 소재인 스판덱스를 생산하는 국내외 주요 기업들 실적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스판덱스 세계 1위 기업인 효성티앤씨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연일 낮아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지난달 29일 추정치를 기존 약 790억원에서 750억원으로 하향 조정하자, 하나증권이 이달 15일 595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인 794억원 대비 약 25% 낮은 수준이다. “스판덱스 업황 회복이 완만한데다 레깅스의 수요 둔화가 이어져 이익 개선 속도가 더딜 것”이란 이유에서다. 중국 내 스판덱스 생산 업체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화훤케미컬의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35% 감소했고, 연태타이허와 바이루 등도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제품 가격이 하락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 탓에 스판덱스 관련 신규 설비 투자도 줄고 있다. 스판덱스 증설 규모는 올해 16만t에서 내년 7만t으로 ‘반토막’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스판덱스 수요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레깅스 시장의 축소다. 리테일 데이터 분석기관 에디티드에 따르면 여성용 운동복 하의 시장에서 레깅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46.9%에서 작년 38.7%로 떨어졌다. 시장의 중심이 조거, 트랙, 와이드 팬츠 등 헐렁한 ‘루즈핏’ 제품으로 이동하면서 레깅스의 독주 구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레깅스 시장 침체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룰루레몬이다.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약 50% 하락했다.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실적이 미치지 못 한 탓이다. 룰루레몬이 최근 제시한 올해 연간 주당순이익 전망치(12.77~12.97달러)는 시장 예상치(14.45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었다. 룰루레몬은 레깅스 비중을 낮추고 신제품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경쟁사인 알로요가 등도 루즈핏 팬츠와 트랙 팬츠 비중을 크게 늘리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알로요가는 몸에 딱 붙지 않는 여유 있는 바지형 운동복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워 매출을 늘리고 있다. FP무브먼트는 기존의 타이트한 레깅스 대신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여유 있게 떨어지는 조거 팬츠, 밑단이 좁은 트레이닝 팬츠 등을 별도 라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패션보다는 ‘편안한 활동성’을 내세운 전략이다.

국내 브랜드들도 대응에 나섰다. 안다르는 남성 라인을 확대하고 골프, 트레이닝복 등 일상복형 제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뮬라웨어는 수영복과 요가복을 결합한 ‘스윔레저’ 콘셉트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과거 레깅스 중심으로 성장했던 이들 기업은 ‘루즈핏’과 ‘라이프스타일 웨어’로 중심을 옮기고 있다.

패션업계에선 레깅스의 핵심 소비층이었던 MZ세대가 몸매를 강조한 레깅스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10~20대 Z세대는 중성적이고 편안한 실루엣을 선호하는 현상이 보다 강해지고 있다. 반면 몸에 달라붙는 레깅스는 불편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패션으로 인식되고 있다. 패션 전문매체 비즈니스오브패션(BoF)은 최근 “10년 넘게 옷장 속을 지배해온 레깅스가 이제 더 이상 젊은 소비자들의 기본 아이템이 아니다”며 “심지어 헬스장에서조차 레깅스를 입는 사람이 줄고 있다”고 전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