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얘기하자"…北 김정은에 미끼 내건 트럼프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5-10-28 08:57
수정 2025-10-28 15:3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대북제재'를 처음으로 거론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경우, 제재 해제에 관한 문제를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에 응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취재진에게 김 위원장에게 제시할 만한 것이 있느냐고 묻는 질문을 받고 "우리에게는 제재가 있다. 이는 시작하기에는 꽤 큰 사안"이라면서 "이보다 더 큰 것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동의한다면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일정을 연기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두 사람이 만날 경우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2019년 6월 판문점 만남에 이어 네 번째 대면 회담이 된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에게 회담하자는 초청장 등을 보낸 바는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에 언급한 것이 전부였다고 미국 관료들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의 핵을 아무런 대가 없이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것은 현실적인 목표가 되기 어렵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계속 높이면서 대응했으나, 다른 접근법을 모색하는 움직임 역시 늘 존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에서도 북한의 핵시설을 해체하는 문제와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문제에 관해 논의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것에 합의했지만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에서 협상이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냥 자리를 떠나면서 김 위원장이 큰 굴욕을 겪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당시의 기억을 선명하게 가지고 있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쉽사리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 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비핵화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북미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미국도 이런 북한의 태도를 고려해 일단 완전한 비핵화 등을 내세우지 않고 일단 대화를 시작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비정형적 외교정책 방식은 놀라운 외교적 돌파구를 만들어냈다"면서도 "북한이 영구적으로 핵 클럽에 가입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중대한 양보는 실수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인정하고 나면 북한을 억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한국과 일본에서도 핵무기 보유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촉발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도 기사를 통해 "무장한 평양을 인정하면 한국, 일본 및 다른 워싱턴 동맹국들이 자위적 핵무기 보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김 위원장과의 협상에는 목표와 레드라인이 필요하다"면서 "그가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미국의 동맹국들이 같은 입장을 유지하며, 불리한 협상에선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