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마스가 최고 파트너될 것"

입력 2025-10-27 17:50
수정 2025-10-28 01:15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이 한·미 조선 분야 협력과 관련해 “미국 조선소 인수와 현지 함정 건조, 조선소 재건에 적극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는 등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잡은 한화그룹에 비해 신중했던 HD현대가 지난 17일 정 회장 취임을 계기로 공격적인 행보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스가 강조한 정기선 회장정 회장은 27일 경북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퓨처 테크 포럼: 조선’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미 해군의 차세대 함대 건조와 조선소 재건 등 미국의 새로운 해양 정책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외 조선업계와 학계 관계자 600여 명이 참여했다.

그는 “미국은 조선업 협력과 관련해 HD현대를 가장 준비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며 “미국의 ‘해양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든든한 파트너가 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미국 최대 방위산업 조선사인 헌팅턴잉걸스와 맺은 ‘함정 동맹’을 한·미 조선업 협력의 구체적인 사례로 들었다. 헌팅턴잉걸스는 미국 최대 수상함 건조 조선소인 잉걸스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두 회사는 전날 ‘상선 및 군함 설계·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미국 내 조선 생산시설 인수 등에 공동 투자하고, 헌팅턴잉걸스 조선소에 블록 모듈과 주요 자재도 공급한다.

정 회장은 기조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내 조선소 인수를 검토하고 있고, 그 외 여러 옵션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릭 추닝 헌팅턴잉걸스 부사장은 이날 포럼에서 “HD현대와 미국 군함 건조량을 확대할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연구개발(R&D)과 로봇 기술, 함정 수명 주기 연장 방안 등에도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군함뿐만 아니라 중형 컨테이너선 공동 건조에도 나선다. HD현대 관계자는 “미국 에디슨슈에스트오프쇼어(ECO)와 인프라 공동 투자뿐 아니라 HD현대의 용접 로봇 활용 등 전방위적인 협력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운항 선박 상용화 눈앞정 회장은 이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율 운항 선박 개발을 또 다른 화두로 꺼내 들었다. HD현대는 2022년 미국 휴스턴에서 한국까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을 사람 개입 없이 운항하는 데 성공했다. 정 회장은 “자율 운항을 하면 연료 사용량이 5% 이상 줄어드는 등 부대 성과도 있다”고 했다.

자율 운항을 방산 분야로 확장시키는 방안도 내놓았다. 무인 방위 기술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안두릴과의 협업을 통해서다. 정 회장은 “자율 임무수행이 가능한 차세대 무인 선박을 개발하고 있다”며 “해군 작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건비가 비싼 미국 상황에 맞는 용접 로봇과 휴머노이드 활용 방안도 제시했다. 정 회장은 “이미 현장에 투입한 용접 로봇뿐 아니라 휴머노이드도 곧 배치할 것”이라며 “공정 전반에 근본적인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와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협력 중인 미국 AI 기업 페르소나AI의 니컬러스 래드퍼드 CEO는 이날 “조선 근로자의 작업 환경과 행동을 학습시켜 휴머노이드에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은 산업 간 협력도 강조했다. 그는 “무인 선박과 휴머노이드 현장 배치 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산업 간 경계를 넘는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며 “혁신을 위한 글로벌 혁신 동맹을 구축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엔 방산 관련 포럼도 진행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 방산 3사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평화’를 주제로 ‘한화 퓨처 테크 포럼: 방산’을 개최했다. 비공개로 이뤄진 이번 포럼에는 국내외 군 관계자와 방산 기업 CEO 등 27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경주=김우섭/양길성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