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 CEO 등 글로벌 산업계를 주무르는 ‘빅샷’들이 28일 경북 경주에 집결한다.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이곳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인공지능(AI), 에너지, 디지털 전환 등 글로벌 산업계의 화두를 올해 CEO 서밋 주제인 ‘브리지, 비즈니스, 비욘드(연결과 성장, 그 너머)’와 엮어 논의한다. 글로벌 기업 CEO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대기업 총수와 별도로 만나 파트너십 강화 방안 등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 최대 화두가 된 AIAPEC CEO 서밋에 배정된 20개 세션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AI다. 모두 5개 세션의 키워드가 AI다. AI가 모든 산업에 스며든 점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서밋에선 AI 기술 트렌드를 짚는 데 그치지 않고 각국의 AI 관련 규제와 AI 윤리 등 정치·사회적 이슈까지 파고드는 식으로 논의의 범위를 넓힌다.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가 주제발표를 맡은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관한 세금 혜택과 규제 완화’ 세션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AI 관련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먼 CEO는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대화 때도 “낡은 인허가 절차가 AI 인프라 발전을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세션에는 국내 최대 정보기술(IT) 회사 네이버의 최수연 CEO도 참석한다. 메타의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사이먼 밀너 부사장은 ‘APEC 경제환경에서의 AI 생태계’라는 주제로 공공·민간의 협력을 강조할 예정이다.
AI 인프라에 반드시 필요한 전력을 뒷받침하는 에너지 기술 관련 세션도 6개나 마련됐다. 액화천연가스(LNG), 원자력, 수소 기술 트렌드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각국의 탄소중립 계획 등을 공개한다. 31일에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AI 시대 에너지 수요 증가와 차세대 원자력의 역할’에 관해 발표한다.
한국 기업인도 대거 연사로 나선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수소를 활용한 모빌리티 기술의 미래에 관해 설명한다. 추형욱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아시아·태평양 LNG 협력 방안에 관한 토론을 진행하고, 박영춘 한화큐셀 G&ES사업부장 등은 친환경 에너지 활용 비즈니스 전략을 발표한다. ◇‘디지털 전환’에도 관심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 관련 세션도 7개다. 포인트는 경제, 산업, 보건, 금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리더가 이 분야를 발표 의제로 채택했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 전산업계에 또 다른 화두가 됐다는 얘기다.
프레이저 CEO가 ‘세계 경제의 로드맵’이란 세션에서 금융 기술 인프라 현대화, 디지털 플랫폼 전략 성과를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경석 두나무 CEO는 ‘디지털 화폐와 국제 금융시장의 미래’ 주제발표를 통해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이 금융 혁신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파한다. 헬스케어 분야의 디지털 전환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하다. 두아토 CEO는 의료 시장에서의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한다.
하이라이트는 31일 열리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연설이다. 젠슨 황 CEO가 APEC 무대에서 연설하는 것도, 한국에서 마이크를 잡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엔비디아 공급망에 속한 한국 회사와의 협업 계획을 공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TS의 리더 RM은 K컬처의 성공 비결을 알리며 서밋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릴 예정이다. 산업계에선 글로벌 CEO가 한자리에 모인 만큼 기술 협력, 투자 등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십의 씨앗이 뿌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주=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