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이 시작된 27일 오전 11시께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쪽으로 향하는 엑스포로에 다다르자, 출입 통제선을 구축한 경찰 인력이 차량 진입을 막고 우회로를 이용하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이날부터 APEC 주요 행사가 열리는 보문관광단지 일대 통행을 전면 금지하는 등 ‘진공 상태화’ 작업에 나서면서다.
APEC 취재진이 머무는 국제미디어센터를 포함해 보문호 둘레길에는 철제 안전 펜스가 줄지어 세워졌고, 경주 시내 주요 도로 구간마다 경비 인력이 배치돼 있었다. 경찰차와 사이드카 등의 호위를 받으며 주요 행사장을 다니는 의전 차량만 분주히 보문단지 일대를 오갔다. 경찰 관계자는 “오전 10시부터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며 “무전을 통해 수시로 우회 가능 구간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운전자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국 정상이 묵을 보문로 인근 호텔과 APEC 정상회의장으로 쓰일 HICO 진입로에는 2~3m 높이 가림막이 들어서 아예 밖에서는 안쪽을 들여다볼 수 없다. 경주 힐튼호텔 로비 입구에도 철제 펜스가 둘러쳐져 있었다. 이 밖에도 일부 호텔에서 자체적으로 안전 펜스를 설치하는 등 철통 보안이 이뤄지고 있었다.
정상회의장 입구에는 보안 검문대와 신분 검색대가 최근 설치를 마쳤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보문단지 곳곳에 배치하기 위한 차량 검문 검색 장비도 구비돼 있었다. 경찰은 APEC 주간 하루 최대 1만9000명 규모의 경찰 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도 군 병력 2660여명을 경계 작전에 동원하기로 했다.
경주 시내는 ‘글로벌 도시’로 변했다. 거리 곳곳에 APEC 정상회의 및 CEO서밋 등에 참여하기 위해 경주를 찾은 외국인이 있었다. 경주시민들은 “이렇게까지 이 지역이 들뜬 것은 처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상인들은 APEC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인파 밀집 구역인 ‘황리단길’ 초입에서 빵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이모씨(62)는 “최근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어났다”며 “APEC 기간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 수는 잠시 줄 수도 있겠지만, 행사를 마친 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경주 시내 숙박업체들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APEC 정상회의 주간 평일과 주말 숙박업체 예약은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다.
다만 이날부터 경주 시내에서는 본격적인 교통체증이 시작됐다. 주요 도로를 통제해서다. 통상 30분가량이 소요되던 경주역~보문단지 통행시간이 한 때 1시간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오전 10시께 보문로 일대 교통 통제가 시작되면서 보문로 인근 숙박시설에 체류하던 숙박객들이 2km 구간 도로에 발이 한 시간가량 묶였다. 이 가운데 경주시는 대표적 관광지인 ‘동궁과 월지’ 부근 임시주차장 정비 작업을 일찌감치 마치는 등 교통 인프라 확충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경주=정상원/김유진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