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써요?" 개미들 외면했는데…주가 250% 폭등 '대반전' [핫픽!해외주식]

입력 2025-10-28 07:47
수정 2025-10-28 08:04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때 미국판 개미 주식투자자들의 ‘원픽’으로 통했던 미국 주식거래 앱 기업 로빈후드 주가가 최근 다시 급등하고 있다. 암호화폐에서 토큰증권,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디지털 자산 사업을 확장하면서 성장 기대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캐시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먼트도 이 주식 비중을 크게 늘렸다. 4년5개월간 11% 올랐는데…올해 들어 250% ‘급등’미국 나스닥에서 로빈후드 주가는 올들어 254% 뛰었다. 지난달 2일부터 지난 24일까지 상승폭만해도 38.63%에 달한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 상승률(9.05%)를 훌쩍 웃돈다.

로빈후드 주가는 올들어 급등했다. 2021년 7월 나스닥에 기업공개(IPO) 한 이후 작년 12월 말까지 약 4년5개월간 상승률이 11%에 불과했던 것과는 완전 딴판이다.

수수료가 없는 모바일 주식 중개 플랫폼을 표방한 이 기업은 상장 직후 2022년 7월까지 1년간 주가가 75% 급락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시기에 게임스톱을 비롯한 ‘밈 주식’ 투자 열풍을 계기로 젊은 투자자들을 대거 끌어모으며 차세대 금융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공짜 주식 거래앱으로만 통하며 이후엔 시장 기대만큼 실적을 내지 못한 영향이다. 증시 활황에 '플러스 알파'…암호화폐 사업 확대최근 로빈후드의 주가 상승세는 본업인 증권거래업과 각종 신사업이 ‘쌍끌이’를 하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일단 미국 등 글로벌 주식시장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식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로빈후드에 자금을 예치한 투자자 수는 2023년 2분기 2320만명에서 지난 2분기 2650만명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로빈후드를 통해 운용되는 자산 규모는 890억달러에서 2790억달러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유료 구독서비스 이용자도 늘어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로빈후드의 리서치 리포트 열람 서비스, 고급 포트폴리오 분석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는 골드회원 수는 지난 2분기 기준 348만명으로 1년 새 75.7% 급증했다.


주식 거래 이외에 다른 자산군 투자 중개로 영역을 넓히는 것도 이용자 수가 늘어난 이유다. 로빈후드는 올 초 지수 옵션·선물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3년 12월 시작한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지난 5월엔 캐나다 암호화폐 플랫폼 원더파이를, 지난 6월엔 유럽 최대 암호화폐 플랫폼 비트스탬프를 인수했다. 거래를 지원하는 암호화폐 종류도 차근차근 늘리고 있다. 로빈후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으로만 암호화폐 283억달러어치가 로빈후드를 통해 거래됐다. 전년동기 대비 24% 늘어난 규모다.

최승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식시장이 활황이다보니 로빈후드를 통해 주식 거래를 하는 투자자와 투자 자산이 늘고, 이에 따라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가 오르는 선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며 “여기에 암호화폐 신사업 등 전통 금융과 크립토를 연결하는 시도에 기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큰증권·스테이블코인으로도 발 넓혀유럽시장에선 토큰증권(ST) 거래를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유럽 시장에서 미국 주식과 ETF를 토큰화해 투자 거래를 중개한다. 주요 미국 상장주를 비롯해 오픈AI, 스페이스X 등 비상장 기업의 사모주식을 토큰 형태로 쪼개 투자할 수 있는 식이다. 이달 중순 기준 로빈후드가 토큰화한 자산의 수는 490여개, 자산 총 가치는 850만달러에 달한다.

서클의 스테이블코인(USDC) 생태계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자체 암호화폐 지갑인 로빈후드 월렛을 통해 USDC를 비롯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매매·보관 기능을 지원한다. 투자자가 로빈후드와 제휴한 마켓메이커와 거래할 때는 투자자에겐 수수료를 받지 않고, 호가를 제시한 마켓메이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다. 투자자가 실시간 호가 방식으로 USDC를 거래할 땐 투자자에게 0.83% 수준 수수료를 받는다.

지난 8월엔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와 제휴해 스포츠 예측 시장 서비스도 내놨다. 미국프로풋볼(NFL)과 대학 풋볼 리그 결과를 놓고 ‘예측 계약’을 사서 베팅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만큼 온갖 투자상품으로 서비스를 늘리려는 모양새다. 적극 확장 와중 고평가 논란도…‘돈나무’는 베팅다만 일각에선 신사업 기대가 주가에 너무 빨리 반영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24일 기준 로빈후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1배에 달한다. 자본수익률(ROIC)이 자본비용(WACC)을 밑도는 등 자본 활용 효율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월가의 시각도 엇갈린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일 로빈후드의 목표주가를 146달러로 제시하며 ‘매수 보류’ 의견을 냈다. 시티그룹은 지난달 말 135달러 주가가 적정하다며 매수 보류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로빈후드 주가가 157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강력 매수’ 의견을 지난 2일 냈다.

최근 내부자 매각이 늘어난 것도 ‘고점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로빈후드 공동 창업자인 바이주 바트는 지난 21일 하루에만 로빈후드 주식 41만8338주를 매도해 약 5570만 달러를 현금화했다. 매각 단가는 주당 131~135달러 수준으로 지난 24일 종가(139.79달러)보다 낮았다.

로빈후드의 상승세에 베팅한 기관투자가도 있다. 지난 23일엔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유명 투자자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먼트가 로빈후드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

아크인베스트먼트는 ‘ARK 이노베이션 ETF(ARKK)’와 ‘ARK 넥스트제너레이션인터넷 ETF(ARKW)’ 등 자사 상장지수펀드(ETF) 두 개를 통해 로빈후드 주식 총 16만7489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약 2130만달러(약 305억원)어치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