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전세를 낀 매매) 논란과 유튜브 방송 실언 등으로 사퇴한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의 공백으로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이 멈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전 차관이 지난 9월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점검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개혁을 진두지휘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LH 사장 인사도 늦어지면서 국토부 내에서도 정책 공백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이 차관이 면직 처리돼 LH 개혁위원회 위원장과 9·7 주택공급대책 이행점검 TF(태스크포스) 팀장이 모두 공석이 됐다. 새 정부의 주택 공급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 자리다.
LH 개혁위는 택지를 매각해 민간에 주택 공급을 맡기는 기존 LH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역할을 맡았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가 민간부문 공동위원장이지만 사실상 이 전 차관이 LH 개혁을 주도해왔다. 위원회는 LH가 직접 시행하는 주택의 분양·임대 비율을 결정하고 분양가를 책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9·7 대책의 핵심 정책으로 LH 직접 시행을 통해 2030년까지 6만여 가구를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이 차관 사퇴로 개혁위의 향후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개혁위에 참여하는 한 민간 관계자는 “후임 인선이 늦어지면 주택 공급 일정 전체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지난 16일 첫 회의를 연 9·7 대책 이행점검 TF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9·7 대책에 따른 수도권 공공택지 활용과 도심 내 유휴부지 개발을 점검하고 공급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당시 “TF 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공급 과제별로 진행 상황을 점검한 뒤 현장 방문을 통해 애로 요인을 해소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첫 회의만 진행한 채 팀장이 사라져 후속 논의가 지연될 전망이다.
국토부 산하 기관장도 잇따라 사퇴 의사를 밝혀 공백은 더 커졌다. 이한준 LH 사장이 지난 8월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표 수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역시 유병태 사장의 사임으로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후임 인선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며 “새로운 차관 인선이 이뤄진 뒤에야 산하기관 정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