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서 본 '차세대 조선 기술'…"AI·로봇이 전력 좌우" [APEC 2025]

입력 2025-10-27 16:24
수정 2025-10-27 16:36

HD현대를 비롯한 미국선급(ABS), 헌팅턴잉걸스 등 글로벌 조선·방산업체들이 27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의 부대행사 ‘퓨처 테크 포럼’에 참석해 각 분야에 활용되고 있는 무인함정·인공지능(AI)·휴머노이드 기술을 대거 소개했다.

김형택 HD현대 함정AI전문위원은 이날 경북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에서 ‘조선업 미래의 형성’을 주제로 열린 ‘퓨처 테크 포럼’에서 무인함정 체계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전체 해군 함대의 약 26%인 134척을 무인 체계로 운용한다고 발표했다”며 “HD현대는 한국 해군을 위한 전투용 무인 해상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HD현대의 전략을 ‘검증된 AI 활용’과 ‘전략적 협력’ 두 가지로 제시했다. 김 전문위원은 “HD현대는 세계 최초로 상선용 자율운항 솔루션을 개발·상용화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성공을 발판으로 기술을 더 빠르게 적용·고도화하는 것이 핵심이며 안두릴의 임무자율화 기술과 결합하면 해군 무인함정의 작전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두릴은 미국 AI 방산기업으로 HD현대 파트너사다.

김 전문위원은 또 “HD현대의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는 전 세계 200척 이상의 상선에 적용된 검증된 기술”이라며 “해군용 자율운항 기술은 이를 한 단계 발전시켜 수상 뿐 아니라 공중 표적 식별하고 잠재 위험을 실시간으로 파악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정민 HD현대 AI전략팀장은 AI가 조선업계에 미친 영향과 관련해 “AI가 선박 운항을 기존의 직관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며 “풍속과 파도 등 외부 환경은 물론 선박 속도, 엔진 출력, 항로 이력 등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항로와 엔진 RPM을 제어함으로써 효율성과 안전성을 극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체 개발한 해양데이터 플랫폼 오션와이즈를 거론한 뒤 13개 항로에 총 13만000km 운항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균 연료 5.3% 절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해에서 운항까지 복잡한 선박 시스템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며 “연료 절감, 화물 관리, 자율운항, 친환경 기술을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해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배출을 줄이는 지능형 제어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인력·언어 장벽을 해소하는 현장형 AI 도입 사례도 소개됐다. 이 팀장은 “세계 최초로 조선소에 AI 기반 번역 시스템을 도입해 약 1만2000명 인력이 사용하는 17개 언어를 지원하고, 업계 용어 1만3000개와 업무 지시 문장 4200개를 텍스트·음성으로 처리해 사고를 줄이고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명장의 노하우를 학습한 ‘AI 마스터 에이전트’를 통해 현장 근로자가 실시간으로 작업 지식을 습득하도록 지원하고 위험 작업의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과 품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패트릭 라이언 ABS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조선소에서 근로자 부족 문제가 대두 되고 있는데 이를 스마트 조선소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증강현실(AR) 기능이 탑재된 헬멧을 소개한 뒤 “근로자가 AR 헬멧을 쓰고 일하면 공장 내에 언제 어떤 기술을 도입하면 좋을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 차세대 AR 기술을 내년 중 발표하겠다”고 했다. 조 보만 지멘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는 제작 시뮬레이션 속도를 기존 대비 수백 배 이상 빠르게 수행하도록 지원한다”며 “실시간 유지보수 등도 AI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언급되기도 했다. 닉 래드포드 페르소나AI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적으로 노동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로봇 산업은 단일 제품을 넘어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해 스마트폰이 창출한 경제 효과와 유사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HD현대와 조선소 운영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협업을 추진 중”이라며 “용접처럼 난도가 높은 작업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 기반 학습과 단계적 트레이닝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손을 개발해 실생활과 산업 현장에서 실용적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조선소 현장의 실제 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헌팅턴 잉걸스의 에릭 츄닝 부사장은 “HD현대와는 네 가지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며 “미 해군 군함 건조의 처리량과 역량 확대, 차세대 물류함을 포함한 공동 사업 발굴, 공학·R&D·로보틱스 등 기술 협력, 인도·태평양 지역 전장 내 함정 수명주기 지원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주=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