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달가슴곰 57마리, 위치 추적 불가…"단풍철인데"

입력 2025-10-27 15:20
수정 2025-10-27 15:20

지리산에서 서식 중인 반달가슴곰의 절반이 넘는 개체가 위치 추적이 불가능한 등 통제 범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기준 93마리의 반달가슴곰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반달가슴곰 개체수는 △2021년 74마리 △2022년 79마리 △2023년 85마리 △2024년 93마리 등 매년 증가세다.

그런데 올해 활동 개체 절반이 넘는 57마리(61%)에 대해선 현재 위치 추적을 할 수 없고, 지리산 인근 덕유산·가야산 등지로 서식지를 넓히고 있어 통제 범위를 넘어섰다는 게 우 의원의 지적이다. 사람과의 접촉이 잦아지면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언급된 산들은 단풍을 즐기는 '명산'으로 유명한 곳이라 올가을 대규모 등산객 방문을 앞두고 특히 대책이 요망된다.

더욱이 최근 10년(2014~2023년)간 지리산의 반달가슴곰 위치 정보 3만여건을 분석한 결과 탐방로 1㎞ 이내에서 활동한 경우는 62.4%, 100m 이내는 3.1%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전남 구례군의 한 야산에서 버섯을 채취하던 중 반달가슴곰으로 추정되는 곰과 마주쳐 급하게 피하려다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 의원은 "지리산 서식 환경을 고려하면 반달가슴곰의 적정선은 64마리다.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한 만큼 주민·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환경부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현재 추진 중인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아 환경 당국 차원의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는 야생 곰에게 습격당해 목숨을 잃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곰 공포'가 덮친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지난 22일까지 곰의 공격으로 인한 사상자는 172명으로, 이 중 66%인 114명은 산림 권역이 아닌 주민 생활권에서 피해를 봤다.

특히 피해가 빈발하고 있는 아키타현의 경우 10월 들어서만 25명이 주민 생활권에서 공격당했다. 지난 20일에도 아키타현 유자와시 중심가에 나타난 곰이 남성 4명을 공격했다. 이에 아키타현의 스즈키 겐타 지사는 전날 자체 대응에 한계를 맞고 있다며 자위대 파견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