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0조(분기 영업이익) 클럽'으로 복귀한 데 이어 사상 최초로 '10만(주가) 전자'를 기록, 시가총액 600조원도 돌파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 취임 3년째를 맞아 '뉴 삼성'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처음 장중 10만원이 넘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3월 8만원을 기록한 뒤 하락세를 이어가다 같은 해 11월엔 장중 5만원 밑으로 떨어지며(4만9900원) 저점을 찍었다. 삼성전자 실적 절반 이상을 뒷받침하는 반도체 사업이 힘을 쓰지 못한 여파였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33년 만에 왕좌를 내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당시 삼성전자 점유율은 매출액 기준 34%로 SK하이닉스(36%)보다 2%포인트 낮았다. 2분기엔 격차가 더 벌어져 삼성전자 32%, SK하이닉스 38%를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도 2분기 기준 점유율 선두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줬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역시 경영상 부담으로 꼽혔다. 이 회장은 부당합병·회계 부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약 100차례 법원을 오가야 했다. 2017년 2월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뒤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회장이 법원에 발이 묶인 동안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사상 최초로 전사 영업이익이 뒤처졌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변화에 적기 대응하지 못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수조원대 적자를 떠안았다. 2017년 3월 하만 인수를 끝으로 대규모 인수합병(M&A)도 전무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지난 7월 이 회장의 무죄를 확정한 뒤 '뉴 삼성' 동력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경영계(한국경영자총협회)는 "앞으로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혁신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더 많은 일자리 창출로 우리 경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며 반겼다.
'사법 족쇄'가 풀린 이 회장은 광폭 행보에 나섰다. 지난 7월 미국 출장을 전후로 테슬라·애플과 파운드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테슬라는 TSMC에만 맡겼던 AI5칩 생산을 삼성전자와도 협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전 세계 메모리 시장 선두를 탈환했다. 범용 D램과 낸드 수요 강세에 힘입어 1위를 되찾은 덕분. 이 같은 흐름은 4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범용 D램, HBM 회복세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내년엔 HBM3E, HBM4를 발판 삼아 성장 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도 달라졌다. 3분기 영업이익은 잠정 12조1000억원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약 1년 만에 영업이익 10조원을 회복한 것이다. 매출도 분기 기준 최초로 80조원대(86조원)를 올렸다.
업계에선 반도체 사업이 최대 6조원에 이르는 영업익을 거둔 성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도 실적을 끌어올린 공신으로 지목된다. 지난 7월 출시한 갤럭시Z폴드·플립7 초기 판매량이 전작을 웃돌면서 실적이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확정 실적은 오는 30일 발표된다.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과거 미래전략실로 대표되던 그룹 콘트롤타워의 재건 여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이 회장 등기이사 복귀와 관련해 "책임경영 측면에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위원이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때마침 이 회장이 취임 3주년을 맞은 이날 삼성전자는 첫 시총 600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올해 35조원대, 내년 60조원대 안팎을 예상하고 있다.
이 회장의 '뉴 삼성'은 다음 달부터 시작될 전망인 사장단·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통해 구체화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인사에선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이 유임되고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경우 노태문 사장이 직무대행 대신 정식 부문장을 맡게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