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은 역대급…무료 법률지원은 반토막

입력 2025-10-26 17:57
수정 2025-10-27 00:19
임금 체불액이 해마다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정작 피해 근로자를 위한 무료 법률구조 사업 실적은 오히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인력난과 간이대지급금 제도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26일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금 체불 무료 법률구조 사업 실적은 2020년 9만174건에서 지난해 5만4913건으로 약 40% 감소했다. 올해도 지난 8월까지 4만2040건에 그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사업은 고용노동부가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에게 법률 상담과 소송을 지원하는 제도다.

특히 소송을 통해 체불 임금을 회수하는 ‘본안소송’ 실적 감소폭이 컸다. 2020년 5만9181건에 달한 본안소송은 지난해 2만6362건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같은 기간 ‘보전소송’은 3615건에서 2440건으로, ‘소송 전 구조’는 154건에서 30건으로 감소했다.

반면 임금 체불 규모는 건설업 경기 부진 등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경신했다. 2020년 1조5830억원이던 체불액은 2023년 1조7845억원, 지난해 2조448억원으로 처음 2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도 7월까지 1조3421억원이 체불돼 연간 기준 최대치 경신이 유력하다.

무료 소송 지원에도 사업 실적이 줄어든 주된 이유로 법률구조공단의 만성적 인력난이 꼽힌다. 공단 재직 변호사는 2020년 175명(공익법무관 포함)에서 지난해 149명으로 줄었다. 정규 변호사 정원은 같은 기간 114명에서 144명으로 늘었지만 실제 근무 인원은 115명(파견 1명 포함)에서 118명이 돼 사실상 정체됐다.

고용노동부는 간이대지급금 제도 간소화도 소송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간이대지급금은 국가가 체불 사업주를 대신해 근로자에게 일정 금액을 선지급하는 제도다. 고용노동부는 민사 확정판결 없이도 ‘사업주 확인서’만으로 지급이 가능하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다만 이 제도는 최장 3개월치 임금까지만 지급되며 나머지 체불액은 별도 소송을 통해 청구해야 한다.

안 의원은 “임금 체불 무료 법률구조 사업은 영세 노동자가 민사소송으로 체불 임금을 되찾을 마지막 기회”라며 “소송 사각지대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시온/곽용희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