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부동산 세제 대책 방향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보유세 인상과 거래세 인하를 패키지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민주당에선 “부동산 세제 개편은 내년 6월 지방선거 후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집값이 떨어지면 집을 사면 된다”는 발언 후폭풍으로 물러나자, 관가는 잔뜩 엎드리고 들끓는 부동산 민심 향방을 지켜보고 있다. 당정이 부동산 세제 개편을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 세제 개편 TF, 종부세 손보나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기획재정부 주도로 부동산 세제개편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종합대책을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거래세가 높고 보유세가 낮은 현 구조를 바로잡을 필요는 있다”며 “보유세나 거래세 가운데 하나만 고친다면 집값 안정을 도모하기 어렵다”고 향후 개편 방향을 설명했다.
한국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보다 거래세(취득세·양도소득세 등) 비중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광범위한 계층에 영향을 미치는 재산세보다 종부세 개편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본다. 종부세 과세 대상은 공시가격 9억원(1가구 1주택자는 12억원) 초과 주택으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집값이 많이 오른 수도권 지역 고가 주택이 대부분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보유세 강화가 응능부담(부담 능력에 따라 과세) 원칙에 부합한다”며 고가 주택의 보유세 인상 필요성을 시사했다.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한 세법 개편보다 시행령으로 손쉽게 조정할 수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율(공시가율)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정비율)을 상향하는 방안이 전격 시행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 보유세만 인상하면 문재인 시즌2전문가들은 “보유세를 높여 매물을 유도하고 거래세를 낮춰 유통을 늘리는 병행 전략이 다주택자의 매각 퇴로를 열 수 있다”(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현 상황은 보유세와 거래세 개편 모두 쉽지 않다. 우선 보유세를 인상하면 그 부담이 임차인으로 상당 부분 전가돼 전·월세 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다. 국토연구원의 2023년 ‘종합부동산세 변화가 주택가격과 민간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종부세 인상이 단기적으로 집값을 낮췄지만, 2~3년 차엔 집값이 오히려 반등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종부세가 올라가면 서울과 수도권 지역 유주택자가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유세 인상을 위해 공시가율을 올리면 공시가격과 연계된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가 따라 오르고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줄어든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공시가율 인상은 유주택자뿐 아니라 무주택자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선거를 앞두고 시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 내년 7월 세제 개편안에 담길 듯거래세 인하도 정치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취득세는 지방세 비중이 커 지방재정 악화 우려로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우려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에 대해선 “강남 집 부자들이 주로 혜택을 볼 것”이라며 여당 내 반대 목소리가 크다. 양도세 최고세율은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82.5%에 달해 매물 잠김의 주된 원인으로 거론된다.
상당수 전문가는 민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 내에선 구체적인 개편 방안이 내년 7월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수도권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필요성이 거론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재초환)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 7월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나올 경우 실제 적용 시점은 일러도 후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남정민/이광식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