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르헨티나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최근 페소화 가치와 증시가 급락하면서 밀레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미국 재무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페소화 환율 방어에 나선 것이다. 미국 정치권에선 이 같은 아르헨티나 지원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미 재무부, 3조원 투입해 페소 방어25일(현지시간) 현지 경제매체 암비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최근 2주간 최소 18억달러(약 2조6000억원)에서 최대 21억달러(약 3조원)를 투입해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매입, 선거 전 환율 급등을 막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입은 미국이 아르헨티나와 체결한 200억달러(약 29조원) 규모 통화스와프, 별도로 조성 중인 200억달러 민간기금 지원과는 별개 조치다. 미 재무부가 이례적으로 아르헨티나 외환시장에 직접 들어가 달러를 팔고 페소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환율 방어 구원투수’를 자처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아르헨티나 지원 문제는 미국 내 정치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미국 납세자의 돈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동맹과 투기적 헤지펀드 지원에 쓰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런 의원은 이날 월스트리트 최대 은행인 JP모간에 아르헨티나 지원 프로그램에 미국 납세자의 돈이 사용돼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씨티,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 아르헨티나에 대한 200억달러 규모 민간 금융지원에 참여 중인 주요 은행에 동일한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은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가 아르헨티나에서 밀레이 대통령과 회동 중이던 시점에 발송됐다. 워런 의원은 “이번 구제금융은 미국 외교 및 내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아르헨티나의 불안정한 재정 상태와 담보 부족을 고려할 때 은행이 200억달러 규모의 투자기금에 참여하는 것은 건전성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공화당 일부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랜드 폴 상원의원은 “우리가 흑자를 낸다면 그들에게 돈을 지원해줘도 되지만 올해 우리도 2조달러(약 2900조원)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구제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라며 “아르헨티나를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돕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지원에도 페소화 환율 ‘휘청’이런 강력한 지원에도 페소화 환율은 24일 기준 달러당 1491.5페소로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밀레이 대통령 취임 직후인 1월에는 달러당 800페소대 수준이었다. 심지어 투자자들은 중간선거 이후 페소화가 더 급격히 평가절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역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아르헨티나 페소화 선물은 향후 3개월 내 (페소 가치가) 약 12% 하락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며 “물가 억제를 위해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유지해온 밀레이 정책의 핵심 축이 무너질 수 있음을 뜻한다”고 전했다.
밀레이 정부는 2023년 12월 집권 후 페소화를 54%나 평가절하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 재정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본래부터 취약했던 외환보유액이 바닥나면서 국가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 여기에 여동생인 카리나 밀레이 대통령 비서실장의 비위 의혹, 대통령 측근의 마약 밀매 연루설까지 겹치며 정치적 타격이 커졌다. 지난달 유권자의 40%가 몰려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자 시장 불안이 확산하며 페소화 가치가 급락했다. 암비토는 “지난 3개월간 아르헨티나에서 달러 등 강세 통화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수요가 230억∼270억달러(약 33조∼39조원)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