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보다 집' 이상경 국토부 차관 면직에도 성난 민심 [돈앤톡]

입력 2025-10-26 09:06
수정 2025-10-28 10:03

"공직자가 자리를 버리고 자기 집을 택했는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어요."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의 면직이 처리됐지만 민심은 여전히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이 치관은 10·15 부동산 대책을 설명하기 위해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습니다. 부동산 대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차관은 "지금 (집을)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며 "시장이 안정화돼 집값이 떨어지면 소득을 모아서 그때 사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이 차관이 성남시 분당구에 고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대책 이후로는 할 수 없는 갭투자로 해당 집을 마련했습니다.

이 차관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에 있는 '판교밸리호반써밋' 전용면적 84㎡(13층)를 2017년 8월 6억4511만원에 매수했습니다. 이후 이번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6월 7일 11억4500만원에 매도했습니다. 이 집을 매도할 때 이 차관은 해당 집의 세입자로 남았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런 매매를 '주전세' 혹은 '주인 전세'라고 부릅니다. 이 차관이 집을 매수한 사람은 이 차관을 세입자로 두고 갭투자를 한 것입니다.

또 배우자 이름으로 가지고 있는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에 있는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 117㎡(33억5000만원)는 2024년 7월 매수했는데, 전세 보증금 14억8000만원을 뺀 18억7000만원만 내고 샀습니다. 전형적인 갭투자입니다. 두 번째 집을 매수하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집도 1년 안에 매도해 일시적 2주택자가 받는 세제 혜택까지 누렸습니다.

이런 행태가 알려지자 이 차관은 지난 23일 국토부 유튜브를 통해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다만 채팅과 댓글을 닫아두고 2분간 진행했습니다. 이 차관은 "정책을 보다 소상하게 설명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 대담 과정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열심히 생활하는 국민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라며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하지만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고 그는 24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이어 전날 이재명 대통령은 이 차관의 면직안을 재가했습니다. 이상경 차관은 지난 6월 30일 취임한 이후 117일 만에 불명예스럽게 퇴진했습니다. 이 차관은 끝내 국토부 차관이라는 '직' 대신 보유하고 있는 33억원짜리 '집'을 택했습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문 전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면서 고위 공직자들에게 1주택 외 나머지 주택 매각을 강력하게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고위 공직자는 집을 파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은 다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직을 내려놨습니다. 2022년 문재인 정부 막바지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서 중앙부처 고위공직자 6명 중 1명꼴로 여전히 2가구 이상의 집을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직자의 이런 모습은 부동산 정책에 신뢰를 주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그 누구도 아니고 주택 관련 정책을 내는 공직자가 직을 내려놓고 집을 선택했는데 어떤 국민이 부동산 정책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