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대신 맥도날드 간다…中 Z세대, '특수부대' 스타일 관광

입력 2025-10-25 17:36
수정 2025-10-25 17:39


중국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을 추구하는 '특수부대식' 여행법이 유행하고 있다. 이들은 호텔 대신 24시간 패스트푸드점에서 잠을 자며 경비를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중국 Z세대 관광객들 사이에서 '특수부대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여행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 ABC 뉴스는 이들이 "군대의 효율성, 인내심, 강렬함에서 영감을 얻어 짧은 시간, 적은 비용으로 가능한 한 많은 관광 명소를 묶어 여행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소개했다.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레드노트, 더우인 등에서는 특수부대 여행을 조언하는 팁이 다수 공유되는데, 이 중 대표적인 게 24시간 영업 맥도날드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거다.

지난 5월 홍콩의 한 24시간 맥도날드에서 하룻밤을 자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사진이 SNS를 통해 확산했는데, 일부 홍콩 주민들은 이를 "품위 훼손"이라고 비판하며 "저가 여행객들로 경제 활성화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업장의 24시간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중국 상해에서 거주하고 있는 원우너한과 피피탕은 ABC와 인터뷰에서 "밤 비행기를 타고 홍콩에 도착해 공항에서 샤워하고, 오전 6시부터 관광지를 돌아다녔다"며 "48시간 동안 14개 목적지를 방문했고 약 360호주달러(한화 약 34만원)의 돈을 썼다"고 전했다.

중국인 관광객 클로이 카이도 "5월에 홍콩을 3일간 방문했는데, 하룻밤은 맥도날드에서 묵으면서 106호주달러(약 10만원)만 썼다"며 "휴가철 홍콩 호텔 가격은 너무 비쌌고, 하룻밤은 맥도날드, 하룻밤은 46호주달러(약 4만3000원)짜리 싼 호텔에서 묵었다"고 했다.

이들이 홍콩을 방문한 건 5월 중국 황금연휴였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들은 레스토랑 대신 편의점 음식을 먹고, 빅토리아 항구와 피크 등 무료 명소만 방문했다.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대부분 걸으며 이동했다.

밍밍청 커틴대 소셜미디어연구실 소장은 "이러한 흐름은 젊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광범위한 사회적 압력을 반영한다"며 "예산과 시간은 제한돼 있지만, 그래도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시간 불안'을 겪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특수부대식 여행으로 관광객은 늘어도 관련 매출은 감소했다는 통계 결과도 나왔다. 홍콩 관광청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 2550만 명의 중국 본토 관광객이 홍콩을 방문했는데, 이는 2024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홍콩 인구조사통계국의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총소매 매출은 2451억 홍콩달러(약 45조4195억원)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미미리 홍콩 이공대학 관광학 교수는 "저예산 여행객으로 인해 관광객 수가 증가했지만, 반면 과잉 관광과 과밀화 문제가 발생했다"며 "많은 관광객이 더 이상 홍콩에서 하룻밤을 묵지 않고, 현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지 않으며, 쇼핑도 하지 않아 경제에 최소한의 수입만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홍콩을 방문하는 젊은이들이 나중에 구매력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