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항공유, 항공산업 패러다임 바꾼다

입력 2025-11-04 07:00
수정 2025-11-05 11:42
[한경ESG] 싱크탱크 리포트 ⑧ 포스코경영연구원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 〈지속가능항공연료(SAF),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부상〉에 따르면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 SAF)는 향후 글로벌 항공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주도할 핵심 동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SAF는 기존 화석 기반 항공유에 비해 온실가스배출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 친환경 대체 연료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 항공 부문 탄소중립 달성의 65% 정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2030년 시장 440억 달러 급성장…2050년 53%로 확대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SAF 시장이 440억 달러(약 60조 원) 규모로 성장해 전체 항공유 수요의 4.4%를 차지하고, 2050년에는 53%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SAF 2% 혼합 의무를 시작해 2030년 6%, 2040년 34%에 이어 2050년에는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위반할 경우 가격 차액의 최소 2배를 벌금으로 부과할 방침이다. 미국은 2030년 10% 혼합 의무제를 검토 중이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SAF 생산량과 감축 성능에 따라 갤런당 최대 1.75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일본은 2030년 10% 혼합 의무제를 도입하고, 한국은 2027년 1%의 혼합 의무제를 시작으로 2035년에는 7~1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향후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SAF 시장의 주력 기술이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까지는 정유사가 주도하는 HEFA(폐식용유·지방 기반) 기술이 시장을 주도하지만 2040년과 2050년까지는 각각 ATJ(사탕수수·산업배가스 활용)와 PTL(이산화탄소+그린수소 합성) 기술이 단계적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PTL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궁극적 기술로 평가받지만, 현재는 높은 생산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유사 독점에서 기술 기업 중심으로 재편 가능

보고서는 SAF 산업의 확산이 단순한 연료 전환을 넘어 기존 정유 중심의 산업구조를 기술 기업 중심의 개방형 생태계로 바꿀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존에는 정유사가 원료 확보부터 생산·유통까지 전 과정을 주도했지만, SAF는 폐식용유, 초본·목질계 바이오매스, 산업배가스 등 다양한 원료를 기반으로 해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의 진입이 용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정유사와는 지분투자 방식의 협력 관계로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항공사들이 정유사와 직거래하는 대신 자체 유통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어 연료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가 예고된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원료 다변화, 기술혁신, 글로벌 트레이딩 네트워크 확보가 향후 SAF 시장의 승자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SAF가 단순한 연료 대체재가 아니라 석유 중심 산업 질서의 구조적 전환을 이끌 핵심축이라고 진단했다.

[인터뷰]

김희성 포스코경영연구원 소재인프라연구센터 책임연구원



“SAF, 항공산업 구조 변화 주도할 것”

- 이번 보고서를 통해 SAF를 주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항공산업은 연간 약 11억 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대표적 고배출 산업이다. 전기나 수소에너지를 이용한 항공기가 논의되고 있지만, 에너지 밀도나 인프라 문제로 장거리 항공 노선에는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만큼 기존 항공기와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온실가스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SAF가 글로벌 차원에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친환경 연료가 아닌 정유·화학·유통 등 기존 사업이 가치사슬을 확장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 ‘새로운 산업생태계의 부상’이라는 제목에 담긴 의미는.

“기존 항공유 산업은 정유사가 원료 확보부터 정제·유통까지 주도하는 수직 구조였다. 하지만 SAF는 다양한 원료와 기술 기업, 스타트업, 항공사, 글로벌 트레이더가 함께 참여하는 개방형 생태계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즉 SAF는 기존 질서의 한계를 넘어 정유사, 항공사, 기술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협업 중심의 새로운 산업 질서’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산업구조 자체가 유기적으로 재편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구체적으로, SAF 확산이 산업구조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 것으로 예측하나.

“SAF의 확산은 기존 ‘원유 중심 단일 가치사슬’이 ‘다원적 원료?복합 기술?글로벌 트레이딩’ 구조로 전환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폐식용유(UCO), 동·식물성 지방, 초본계·목질계 바이오매스, CO₂ 및 청정수소 등 다양한 원료 간 경쟁과 융합이 이뤄지고 ATJ·PTL 등 신기술을 보유한 기술 기업과 스타트업의 진입이 확대될 전망이다.

정유사는 기존 정제·공정 역량을 기반으로 이들과 협력해 기술 상용화를 가속화하는 전략적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기술 라이선스나 공동개발 형태로 시작해 이후 공동 투자(JV)나 지분 참여형 협력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유통 단계에서 항공사 직거래, 글로벌 트레이딩 등 다양한 판매 채널이 공존하는 개방형 네트워크 구조로 진화하겠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정유사, 항공사, 기술 기업 간 유기적 협력 관계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 SAF 산업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적 기반은 무엇인가.

“한국은 항공유 수출국 1위이자 정유 중심의 산업구조를 이미 갖춘 만큼 SAF 전환을 단순한 정책 의무가 아니라 산업 전략적 과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27년 1%를 시작으로 단계적 혼합 의무제를 계획하고 있지만, 정유사와 항공사 모두 비용 부담과 공급 불확실성 문제를 우려한다.

따라서 혼합 의무제의 법제화 자체보다는 ‘도입 속도와 보완 구조’의 설계가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의무 혼합 비율을 경직적으로 상향하기보다 SAF 생산설비 투자에 대한 자본적 지출(CapEx), 운영 지출(OpEx) 인센티브 제공, 항공사 부담 완화를 위한 공동 구매·세제 지원 체계 구축, 시장 기반 확대에 따른 점진적 혼합비율 상향 로드맵 제시가 필요하다. 미국의 IRA처럼 세액공제 중심의 인센티브 정책이 산업 전환의 실질적 동력이 될 수 있다.”

- 연구자로서, 향후 10년 내 글로벌 SAF 생태계 관점에서 한국 기업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나.

“향후 10년 내 SAF 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현지화’와 ‘공항 경쟁력’이다. 현지화 측면에서는 기술보다 원료 접근성과 생산 인프라, 정부 인센티브가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SAF 생산에 필요한 수소와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확보하고 미국, 브라질, 호주 등 원료 기반이 풍부한 지역에서의 현지 생산망을 구축하는 전략이 유리하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원료 확보가 제한적이므로 현지에서 SAF를 생산해 현지·타국·국내 시장으로 다양하게 공급할 수 있는 유연한 가치사슬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SAF는 향후 공항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항공사들은 SAF 주유가 가능한 공항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인천·김해 등 주요 거점 공항에 SAF 혼합·저장·주유 시설을 조기 구축하고, ‘동북아 SAF 허브 공항’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해외에서 생산한 SAF를 국내 공항에 공급하고, 다시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순환형 산업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된다면 한국은 단순한 소비시장을 넘어 ‘생산-수요-인프라를 아우르는 글로벌 SAF 허브’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은 1994년 설립된 포스코그룹의 싱크탱크로, 철강·이차전지소재·인프라·신사업 등 그룹 핵심 사업의 전략 수립과 미래 성장 방향을 연구하고 있다. 포스코 그룹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경영체제와 신사업 전략을 제시하며, ESG·기후변화 대응·산업전환 등 미래 이슈에 대한 심층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미경 한경ESG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