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357억 쏟아붓더니…기술 성과 '택갈이' 정황 포착

입력 2025-10-24 10:18
수정 2025-10-24 10:49


2015년부터 8년간 총 357억원이 투입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가상현실(VR) 엔진 개발 사업에서 기존 민간 기술을 신기술처럼 위장해 성과로 내세운 이른바 ‘택갈이’ 정황이 포착됐다. 이를 관리·감독·심의·평가하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부당행위를 인지하지도 못해 해당사업을 ‘성공’으로 평가하는 등 허점도 드러났다.

최수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종합감사자료와 IITP로부터 제출받은 최종평가위원회 종합의견서 확인 결과 이런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24일 발표했다.

NST 감사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ETRI는 ‘VR 콘텐츠 제작 도구 국산화 사업’에서 기존 도구를 새로 개발한 것처럼 속여 성과물로 포장했다. 추가로 진행한 VR 도구 활용 사업에서는 참여 기업이 외산 VR 솔루션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과제를 늘려달라며 뇌물을 제공해 추가 과제를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업을 관리·감독·심의·평가하는 IITP도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부당행위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IITP는 해당 사업에 대한 두 차례의 최종 평가에서 기술계획 대비 최종 실적을 ‘보통’으로 평가했다. 개발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최수진 의원 측은 “규정에서 사업의 목표 달성도, 기술성, 경제성, 사업성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돼 있어 이를 몰랐다는 것은 IITP의 허술함과 무능력을 자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ETRI는 NST에 감사 재심의를 신청한 상태로 IITP는 회신이 오는 대로 ‘연구윤리·보안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결과가 ‘연구부정’으로 확정되면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따라 환수를 포함한 제재 처분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최수진 의원은 “IITP의 연구개발과제 최종심의·평가 절차의 무능력이 드러난 만큼 해당 사업 담당자 징계 조치와 더불어 최종평가위원회의 구성 및 회의 등에 대한 자정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