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AI) 연구개발 기업 앤트로픽이 내년 초 국내에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사무소를 연다. 앤트로픽은 AI 모델 클로드를 개발한 기업이다. 국내 사무소를 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인도·일본에 이어 세 번째 거점을 마련하는 셈이다. 앤트로픽 주요 임원들은 다음 주 한국을 찾아 국내 고객·파트너사 등과 만난다.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한국의 목표 달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앤트로픽은 24일 서울 강남에 한국 사무소를 개소한다고 밝혔다. 사무소는 내년 초 개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담 인력도 둔다. 이미 첫 인사를 통해 국내 AI 스타트업 생태계와 파트너십을 구축할 '스타트업 담당 총괄'을 선임한 상태다.
한국 지사장 등 추가 인력도 채용할 계획이다. 한국 시장 고유의 사업 환경과 기술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전담 조직도 구성한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클로드를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국가 중 하나다. 앤트로픽 경제지수 데이터를 보면 클로드 전체 사용량·1인당 기준 사용량 모두 전 세계 상위 5위권에 포함된 것.
앤트로픽의 AI 코딩 어시스턴트 클로드 코드 전체 사용자 가운데 4분의 1 이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속하는데 한국의 경우 지난 4개월간 월간활성사용자(MAU) 수가 6배 증가할 정도로 급증세를 나타냈다. 전 세계에서 클로드 코드를 가장 많이 활용한 1위 사용자도 한국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가장 크고 활발한 클로드 코드 개발자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는 곳도 한국이다.
벤자민 앤 앤트로픽 공동창업자는 다음 달 3일 열리는 'SK AI 서밋'에 앞서 SK텔레콤과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기대되는 AI 시장 중 하나"라며 "기술 인프라, 실행 속도, 품질에 대한 높은 기준이 결합해 다른 곳에서는 재현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AI 혁신이 꽃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앤트로픽은 한국 주요 벤처투자사(VC)·스타트업 등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기업이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크레딧과 각종 리소스를 클로드로 활용·구축할 수 있는 '클로드 포 스타트업'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리걸테크 스타트업 로앤컴퍼니는 클로드를 사용해 법률 업무 관련 워크플로를 개선했다. 법률 업무에 필수적인 정확성도 유지하면서 국내 변호사 업무 효율성을 1.7배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1000만명이 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다국어 AI 고객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앤트로픽과 협업하기도 했다.
앤트로픽이 확보한 전 세계 기업고객은 30곳이 넘는다. 소비자용 클로드 사용량의 경우 약 80%가 미국 외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도쿄, 인도 벵갈루루에도 현지 사무소를 개소하는 이유다.
폴 스미스 앤트로픽 최고영업책임자(CCO)는 "한국 기업들은 이미 고난도 코딩이나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분야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클로드 활용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 사무소를 통해 한국의 세계적 기업·스타트업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그들의 특화된 니즈에 부합하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앤트로픽은 서울 사무소를 발판 삼아 국내 AI 커뮤니티, 정책 입안자·정부 기관과 관계를 강화한다. 전략적 파트너십도 공고히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국의 국가 AI 전략과 '글로벌 AI 선도 국가' 달성 목표도 지원한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은 아시아의 AI 혁신을 선도하는 국가로 이미 클로드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며 "앤트로픽은 첨단 기능과 높은 안전성을 동시에 갖춘 클로드를 개발했다. 세계적 수준의 기술 생태계와 혁신적인 연구기관을 보유한 한국에서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AI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