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지난 2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디자인어워드 2025는 이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했다. 올해 어워드는 역대 최대 규모인 74개국 941개 프로젝트가 참가했는데 이들이 보여준 선의의 경쟁은 디자인이 형태가 아닌 행동의 언어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줬다.
서울디자인어워드는 올해 유엔환경계획(UNEP)과 협약을 체결해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국제적 기준을 확장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팬데믹 이후 '회복탄력성'과 '연결'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는데 시상식에서 마주한 수많은 프로젝트들은 디자인이 공동체를 잇는 새로운 언어가 됐음을 시사했다.
지난 24일 본선 진출작 10개 가운데 대상에 선정된 작업은 미국과 나이지리아의 협업 프로젝트 <자자 에너지 허브>였다. 나이지리아 농촌의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 태양광을 활용한 배터리 임대 프로젝트였다. 단순히 친환경 에너지를 썼다는 이유로 상을 받은 건 아니었다. 하루만에 설치 가능한 평면 구조, 현지의 재료를 활용한 자립형 설계, 여성들이 운영을 담당하며 경제 주체로 성장하는 구조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나머지 9개 본선진출작은 최우수상에 선정됐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구가 대면한 위기와 그 해법을 다뤘다. 조류 깃털 폐기물을 섬유로 재활용 한다거나 기증받은 히잡으로 극장의 의자를 만드는 등 혁신적이면서도 지구의 생태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가득했다.
서울디자인어워드는 올해 처음으로 '라이브 심사' 방식을 도입했다. 24일 오후 4시부터 현장에서 심사위원단의 평가와 시민 투표가 동시에 진행돼 6시 경 발표됐다.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안드레아 칸첼라토 이탈리아 ADI디자인뮤지엄 관장은 시상식 전 기자와 만나 "제품의 완성도보다 디자인이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더 중요했다"며 "서울디자인어워드는 도시 차원의 총체적 실험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올해 본선 심사위원단에는 칸첼라토 관장 뿐 아니라 세계디자인기구(WDO) 차기 회장 프라디윰나 브야스(인도), 알렉산드라 클라트 베를린 디자인 위크 설립자 및 대표(독일), 에치오 만치니 디자인 국제 네트워크 DESIS 설립자 겸 회장(이탈리아) 등 세계 디자인계를 주름잡는 인물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디자인이 예쁜 제품을 겨루는 협의에 머물러선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브야스 회장은 "디자인의 중심이 ego(자아)에서 eco(생태)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 어워드는 그 전환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과거 디자인이 디자이너의 자아실현에 의미를 뒀다면 현재의 디자인은 공공의 환경에 중심축을 둬야 한다는 것. 이어 "지속가능성은 소재의 문제만이 아니라 혜택이 사회적 약자에게 어떻게 돌아가느냐의 문제"라고도 했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