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첫 80兆 돌파…빚투도 4년 만에 최대

입력 2025-10-24 17:41
수정 2025-11-04 16:05

개인이 빚을 내 투자한 금액인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4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사상 처음으로 8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증시가 대세 상승장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자 개인투자자가 ‘국장 투자’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4조2420억원으로, 2021년 10월 5일(24조4807억원)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많을수록 개인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작년 말만 해도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5조8170억원에 불과했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란 자조 섞인 말이 돌 정도로 국내 증시에 불신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작년 말 코스피지수 종가는 2399.49로 바닥 수준이었다. 올 들어 지수가 반등하자 ‘빚투’ 금액도 늘기 시작했다. 상반기 말 기준 20조7868억원으로 2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조만간 2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 거래에 나서려고 개인이 증권 계좌에 예치한 투자자예탁금도 80조원을 넘어섰다. 23일 기준 80조1684억원으로 지난해 말 54조2427억원 대비 47.8% 급증했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인이 국내 증시에 들어오기 위해 ‘총알’을 대거 장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 하반기 들어 이달 23일까지 코스피지수는 25.19% 급등했지만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3조656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17조4183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과 정반대 행보다. 이 기간 기관은 8조455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가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코스피지수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당시에도 개인이 ‘동학개미운동’을 벌인 뒤 지수가 고공행진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 유동성까지 유입되면 국장이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