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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금세탁방지 규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창업자(사진)를 사면했다. 그동안 친(親)암호화폐 행보를 이어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으로 바이낸스는 2023년 유죄 인정 이후 중단된 미국 내 영업을 재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사면을 앞두고 바이낸스가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기업을 지원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오 창업자 사면안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보좌진에게 자오 창업자와 관련 인물이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다는 주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5월 바이낸스와 자오 창업자에 대한 소송을 철회했다. 당시 미국 언론은 이를 두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암호화폐업계와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번 사면은 2023년 유죄 인정 후 미국 내 영업이 금지된 바이낸스가 미국에 복귀할 길을 열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SEC는 2023년 6월 자오 창업자와 바이낸스를 상대로 증권법 위반 혐의 13건을 제기했고, 그해 11월 미국 법무부도 자오 창업자와 바이낸스를 기소했다. 당시 자오 창업자는 유죄를 인정하고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며 벌금 43억달러(약 6조2000억원)를 납부하기로 합의해 징역형을 면했다.
이번 사면이 자오 창업자가 트럼프 일가 소유의 암호화폐 업체를 수개월간 도운 데 대한 보상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바이낸스는 최근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MGX에서 20억달러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 투자는 전액 트럼프 일가가 설립한 암호화폐 기업 ‘월드리버티’에서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USD1’으로 이뤄졌다. 월드리버티는 수익의 75%가 트럼프 일가에 귀속되는 구조다.
민주당은 이번 사면을 “부패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사면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의 지나친 기소였고 담당 판사조차 이 개인(자오 창업자)에게 가혹한 형량을 추구했다고 인정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행정부의 부당한 권력 남용을 바로잡고자 했다”고 했다. 또 레빗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그의 아들과 많은 측근을 사면한 것보다 부패한 행위는 없다”고 덧붙였다.
바이낸스 창업자 사면 소식에 미·중 무역 분쟁과 미국 지역은행 부실 우려로 약세를 보이던 암호화폐 시장은 반등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 24일 오후 2시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2% 오른 11만1119.9달러를 기록했다. 하루 전 10만7000달러대로 밀린 수준에서 큰 폭으로 회복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