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7일 12: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0년 전 BB크림 붐을 일으켰던 K뷰티가 틱톡 세대와 함께 다시 글로벌 무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런 진화에 함께해 온 곳이 바로 토종 사모펀드(PEF)입니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는 27일 싱가포르 파크로얄컨벤션마리나베이 호텔에서 열린 'ASK 싱가포르 2025'에서 “K뷰티는 한국형 제조·디지털·콘텐츠가 융합된 하나의 산업 생태계”라며 “PEF들은 그 생태계를 구축하고 확장하는 보이지 않는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0년대 초 K뷰티 1세대가 로드숍과 면세점을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팬데믹 이후 웰니스 소비 확대와 SNS 기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한국 뷰티 브랜드들이 다시 세계를 흔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설화수), LG생활건강(후)이 주도했던 K뷰티의 흐름은 이제 에이피알, 조선미녀, 아누아, 롬앤 등 디지털 세대의 인디 브랜드들이 이어받고 있다는 진단이다.
1세대가 중국 중심의 수출 시장을 겨냥했다면, 최근에는 동남아·일본·미국 등으로 수출 지역이 분산되며 산업 구조가 보다 안정화된 점도 K뷰티 성장의 배경이다. 한국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2000년 1억달러에서 2024년 102억달러로 증가했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20.6%에 달한다. 한국은 프랑스·미국에 이어 세계 3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다. 오는 2025년에는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생 브랜드들은 틱톡, 아마존, 쿠팡 글로벌 등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분의 투명성과 윤리적 소비를 앞세운 ‘클린 뷰티’로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SNS 등을 통해 조선미녀의 선크림, 티르티르의 쿠션 제품도 인기를 끌며 미국·유럽 시장 진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VIG파트너스는 K뷰티 투자에서 ‘원조’로 꼽히는 운용사다. 2005년 설립 이후 20년간 28건의 바이아웃 거래 중 약 3분의 1이 뷰티 산업 관련 투자였다. 이 대표는 “VIG는 뷰티를 단순한 화장품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 바라보고 투자에 접근했다”며 “단순한 재무적 투자에 그치지 않고, 인수 후 생산·유통·IT 시스템을 통합하는 ‘운영형 PEF’ 모델을 구현해왔다”고 설명했다.
VIG는 2017년 마스크팩 OEM 선두 업체 피앤씨랩스를 시작으로 콘택트렌즈 브랜드 '오렌즈'로 유명한 스타비전, '쿤달'을 보유한 헤어·바디케어 기업 더스킨팩토리, 콤부차 브랜드 티젠을 인수했고 올해도 LG화학의 에스테틱 사업부문과 메디컬 디바이스 제조사 비올을 인수하며 포트폴리오를 넓혀왔다. 이 대표는 “VIG의 차별점은 브랜드 인지도보다는 운영 구조와 확장성을 중시해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스타비전의 성공 사례도 강조했다. 2017년 인수 당시만 해도 전국 260개 가맹점을 둔 국내 콘택트렌즈 프랜차이즈에 불과했지만, VIG는 공급망 관리 시스템과 고객관리 플랫폼을 도입해 ‘글로벌 제조·브랜드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2021년 기준 매출 1006억원, 영업이익 270억원으로 인수 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VIG는 K뷰티가 이제 화장품을 넘어 메디컬 에스테틱(필러·레이저), 이너뷰티(건강기능식품), 퍼스널케어(헤어·바디 제품)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VIG가 2022년 투자한 티젠은 분말형 콤부차로 이너뷰티 시장을 새로 열었고, 2025년 인수한 비올은 메디컬 에스테틱 기기로 미국과 유럽 규제를 모두 통과하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