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4일 14: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이 대기업 계열사의 주가수익스와프(PRS)에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를 자신하고 발행어음 확대에 대비해 자산을 선제적으로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한 달 동안 대기업 계열사의 주식을 담보로 한 PRS에 1조 6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집행하기로 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케미칼(6600억원), 두산(4000억원) LG화학(5000억원) 에코프로(1000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업계에서 발행어음을 가장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곳으로 꼽힌다. 상반기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운용 규모는 약 17조9725억원으로, 자기자본의 2배에 달하는 한도를 사실상 꽉 채운 상태다. 업계에서는 내년 IMA 인가를 받게 되면 발행어음 한도가 현재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이 추가 10조원 규모의 투자 자산을 미리 확보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발행어음을 운용해 투자자산을 담고 있지만, 한국투자증권만큼 공격적으로 활용하지는 않고 있다. KB증권은 만기가 1년 이하의 단기 채권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고, NH투자증권은 여전채를 포함해 시중은행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비교적 안전 자산 비중이 높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운용 규모와 투자자산 등 모든 면에서 다른 증권사와 달리 공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대기업 계열사의 PRS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위험자산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공격적인 자산운용은 명과 암 모두를 안고 있다. 수익 측면에서 이미 성과가 뚜렷하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은 처음 1조원을 넘어 1조147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하반기까지 3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자산도 지난 1년간 90조7213억원에서 97조3607억원으로 7.3% 증가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과도한 레버리지 운용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투자증권의 기업신용등급(issuer rating)과 선순위 무담보 채권 등급을 기존 ‘Baa2’에서 ‘Baa3’로 낮췄다. 막대한 발행어음 규모로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