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장중 1440원 돌파…6개월 만에 '최고'

입력 2025-10-23 17:49
수정 2025-10-24 01:49
원·달러 환율이 23일 장중 1440원대를 돌파하며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달러 강세에 한·미 관세협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영향을 미쳤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관세협상이 타결되면 원·달러 환율이 하락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외환시장 개장 직후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오후 1시께 1441원50전까지 올랐다. 지난 4월 28일(1442원80전)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간 거래 종가는 9원80전 오른 1439원60전을 기록했다. 주간 종가도 4월 28일 후 최고치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에도 환율이 크게 오른 것은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점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며 합의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날 미국 정부가 중국에 소프트웨어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로 달러 가치가 오르고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98 후반에서 99대로 올랐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도로 전환한 점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거론됐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직전 통화정책방향 회의(8월 28일) 이후 최근 3개월간 원·달러 환율이 오른 것은 복합적 요인이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 총재는 “달러 강세에 따른 영향은 4분의 1이고, 4분의 3은 미·중 갈등에 따른 위안화 변동, 일본 신임 총리의 확장재정 우려, 관세협상과 3500억달러 조달을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외 증권투자가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올 들어 해외에서 가져오는 증권보다 우리가 가지고 나가는 게 네 배 정도 된다”고 전했다. 원·달러 환율은 8월 28일(1387원60전) 이후 이날까지 52원 뛰었다.

이 총재는 향후 환율 전망과 관련해서는 “관세협상 불확실성이 좋은 쪽으로 사라지면 환율이 내려갈 것”이라며 “변동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면 원·달러 환율이 안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최근 환율 불안과 관련해 “최근 원화 약세는 상당 부분 한·미 투자협정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시장의 불안을 반영한 것”이라며 “관세 문제가 해결되면 불확실성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