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금투협회장 선거전…황성엽·이현승 '출사표'

입력 2025-10-23 17:35
수정 2025-10-24 00:56

다음달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후보 등록을 앞두고 물밑 선거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와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가 출마를 공식화한 가운데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 서유석 현 금투협회장도 잠재 후보군으로 평가된다. 증시 활성화, 모험자본 공급 등 자본시장 정책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관심이 커 국회·금융당국과 이를 조율할 수 있는 인사의 선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제7대 금투협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했다. 행정고시(32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에서 공직 생활을 하다가 메릴린치증권, SK증권, KB자산운용 등에서 대표를 맡았다. 민·관, 증권·운용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게 강점으로 평가된다. 이 전 대표는 “다양한 업권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정책당국과의 소통을 통해 규제 혁신을 이룰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 외에 황 대표도 출마를 일찌감치 공식화했다. 온화한 성품에 합리적인 판단으로 업계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다. 자본시장 관련 최고경영자(CEO) 모임의 회장을 맡으며 리더십을 보여준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물밑에서는 박 전 대표, 서 회장 등 두 명이 강력한 대항마로 거론된다. 박 전 대표는 국민은행 부행장을 거쳐 KB증권으로 이동한 뒤 대표를 지냈다. 강한 추진력과 친화력에 넓은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한 재판 결과가 변수다. 지난해 12월 1심에서 승소했지만 금융위원회 항소로 오는 30일 2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박 전 대표는 주변에 금투협회장 출마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출신으로 3년간 금투협회를 이끈 서 회장도 연임 의지가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투협회장 연임 전례가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연임 의지가 있던 역대 협회장도 이 때문에 도전 의사를 접은 경우가 많았다.

이 밖에 정영채 메리츠증권 상임고문,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등도 잠재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다만 투자은행(IB)업계 거물인 정 상임고문(전 NH투자증권 대표)은 출마 의지가 비교적 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투협회장은 회원사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직접 투표로 선출된다. 투표권은 분담금 비중에 비례해 커진다. 그만큼 대형 회원사 의중이 선거 결과로 직결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회장으로 국회·금융당국 간 가교 역할을 할 ‘중량감’ 있는 인사를 선호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권의 모험자본 공급에 현 정부 관심이 크고 관련 정책이 추진되는 만큼 이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협회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최근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운용 주체에서 증권사가 제외된 데 대해 대형 증권사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어음(자기자본 4조원 이상)과 종합투자계좌(IMA·8조원 이상) 인가 등 굵직한 증권업 이슈와 ‘코스피지수 5000 시대’를 내건 현 정부의 증시개혁 정책이 진행형인 것도 이번 선거가 관심을 모으는 배경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자본시장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만큼 이번 금투협회장은 역대 어느 회장보다 할 일이 많을 것”이라며 “국회와 당국을 대상으로 현안을 적극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수장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