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갈등을 빚고 있는 신세계면세점이 사업권 반납 여부를 두고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앞서 신라면세점이 1900억원의 위약금을 내고 철수를 결정하면서 신세계면세점 역시 철수에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이달 말로 예상되는 신세계면세점의 결정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은 최근 신세계면세점에 대한 보정명령 송달 절차를 시작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법원 강제조정안을 불수용하고 이의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신세계면세점은 보정명령 송달일로부터 7일 이내 인지세를 내야 한다. 소송금액(소가)에 따라 인지세 금액은 달라진다. 이번 인지세는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납부하면 신세계면세점이 임대료 인하를 위한 장기 소송전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인지세를 납부하지 않는다면 기존 계약을 유지할 수 있지만, 사실상 철수 수순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임대료 부담이 누적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신세계면세점이 매월 60~80억원의 적자를 감당해야 하는 만큼 사업권 반납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는 아직 의사결정을 하지 않았지만, 인천공항공사의 강경한 입장을 고려 시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인천공항 철수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DF2 영업 중단을 결정할 경우 상당 금액의 적자 개선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보정명령 송달은 아직이고, 이와 관련해 확정된 내용은 없는 상황"이라며 "보정명령 송달에 따른 인지세 납부는 점포 철수와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인천지법에 인천공항공사 상대로 매장 임대료 40% 인하를 요청하는 조정신청을 냈다. 면세점 임대료는 공항 이용객 수에 연동해 산출되는 방식으로 공항 이용객은 늘고 있지만 면세점 이용자는 급감하면서 현재의 임대료는 과도하다는 이유다.
한국면세점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면세점 매출액은 1조194억원이다. 전년 동월(1조2434억원) 대비 18%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구매 인원은 5.1% 늘었다. 매출액을 구매 인원수로 나눈 1인당 면세 구매액은 38만8000원으로 지난해(49만7000원) 대비 22% 감소했다.
법원은 면세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에 각각 27.2%, 25% 인하하라는 내용의 강제 조정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공사 측은 타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수용불가 입장을 밝혀왔고, 이의신청에 나섰다.
현재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내 주류·담배 권역(DF2)과 패션·부티크 권역(DF4)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신라면세점은 향수·화장품 권역(DF1)과 패션·부티크(DF3)를 운영한다. 이 가운데 DF1 권역 사업권을 반납했다.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영업을 지속하기에는 손실이 너무 큰 상황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부득이하게 인천공항 면세점 DF1 권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