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이태원 참사' 등 최근 5년간 발생한 대형 사회재난 3건(2018년 밀양시 병원화재, 2022년 경북·강원 산불)을 분석한 '재난 및 안전관리체계 점검' 보고서를 23일 발표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첫 감사 보고서로, 2022년 10월 참사가 발생한 지 3년 만이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태원 참사는 "예견된 인파 밀집에 대해 사전 대비와 초동대응이 미흡해 발생한 인재"라고 분석했다. 이태원 참사는 핼러윈데이였던 2022년 10월29일 오후 10시59분께부터 용산구 A호텔 골목에서 압착성 질식 등으로 159명이 사망하고 344명이 다친 사고다. 감사원 "용산구·경찰 등 참사 대처 미숙"감사원은 이태원 참사 당시 인파 밀집을 예견, 목격하고도 사전 대비와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것 등 사전 대비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용산구는 안전요원 투입 등 안전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고 압사하고 발생 직전 재난관리책임자에게 현장을 순찰하라거나 재난정보를 수집하는 등 지시가 부재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경찰 역시 사전 대비가 미흡했다고 분석했다. 감사원은 "당시 핼러윈데이에 인파 밀집에 따른 사고위험이 있을 것이라 사전 분석했지만 정작 혼잡경비를 주요 임무로 하는 경찰관 기동대는 참사 당일에 사전 배치 하지 않았다"며 "참사 당일 18시34분부터 22시11분까지 총 11건의 압사 우려 신고받았지만 재난징후를 유관기관에 공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당국의 사고사실 전파와 보고 지연 등 초동대응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는 참사 당시 소방의 NDMS(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 전파를 받고도 당직자 등이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구청창, 서울시 등에 보고도 하지 못하다가, 행정안전부가 22시53분 상황을 재차 전파한 뒤에야 사고를 인지했다고 한다.
용산구는 이 외에도 △주민에게 재난문자를 송출하는 행안부 지시(22시53분)를 1시간18분 지난 익일 0시11분에 발송 △용산구 재난책임관리자(구청장 부구청장 등) 모두 실제 재난대응 경험 전무 등 NDMS를 통한 재난상황 인지와 내외부 전파, 재난문자 발송 등 초동대응이 총체적으로 미숙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22시18분부터 23시까지 총 94건의 압사 신고를 접수했지만, 경찰청장은 최초 신고 접수 이후 약 2시간이 지난 익일 0시14분에야 사고사실을 인지했다. 감사원은 "내부 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이라며 "관내 현장 치안을 담당한 용산경찰서장은 최초 압사하고 발생 이후 1시간이 지난 23시17분에서야 경찰관기동대의 현장 출동을 지시했다"고 했다. 재난응급의료체계·통신망도 제대로 작동 안돼사건 당시 재난응급의료체계 역시 늑장 가동되고 업무도 미숙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보건소는 당시 22시50분께 출동 요청을 받았지만 76분이 지난 익일 0시6분에야 사고 현장에 도착해 현장응급의료소를 설치했다. 감사원은 "업무숙련도가 부족해 현장 도착 후에도 보건소의 주 임무인 환자 중증도 분류에는 참여하지 못해 보조업무만 수행했다"며 "이송 환자의 91.1%(79건 중 72건)가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소방 역시 구급활동일지에 사상자 신원을 '무명', 사고지역을 '서울시'로 부실기재해 유가족들이 구급 활동의 적정성을 사후 확인하기 어렵게 했다고 감사원은 짚었다.
재난안전통신망과 CC(폐쇄회로)TV 관제 정보 등 인프라가 있었지만 실제 재난에선 활용도가 저조했다. 감사원은 "재난발생시 유관기관이 공동통화, 대응에 활용할 수 있는 재난안전통신망이 구축돼 있었지만 정작 상황전파 및 보고 시 개인 통신수단을 주로 사용했다"고 했다. 용산구는 사고 현장 인근 CCTV 14대로 인파 밀집 고조 상황을 관제했지만, 재난 대비 당직자에게 공유하거나 소방 경찰 등에 제공할 의무 절차가 없어 제공하지 않았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