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노이 차세대 폐암표적항암제, 타그리소 내성 환자에서 ORR 75%

입력 2025-10-24 01:00
수정 2025-10-24 02:08

보로노이가 개발 중인 차세대 폐암 표적항암제(VRN11)가 현세대 항암제 ‘타그리소’의 대표적인 내성변이(C797S) 환자에 대해 효능과 안전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국내 신약벤처가 개발한 신약후보물질 중 ‘계열내 최고’(Best in class)가 아닌 ‘혁신신약’(first in class)으로 인정받는 데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로노이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국제 암학회 ‘AACR-NCI-EORTC 2025’에서 여러 차례 EGFR 표적 치료를 받은 비소세포폐암 C797S 내성 환자 4명 중 3명에서 종양이 30% 이상 감소하는 부분반응(PR)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ORR 75%).

C797S는 3세대 EGFR TKI(타그리소·렉라자 등) 사용 후 나타나는 대표 획득내성으로 현재까지 승인된 표적치료제가 없다. 특히 뇌전이 동반 비율이 높아 치료가 까다롭고, 해외 신약개발사도 고용량 독성 문제로 임상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분야다.

임상 1a상 단계인 VRN11은 10㎎부터 순차적으로 증량해 현재 400㎎ 이상까지 투여했다. 고용량에서도 내약성이 유지돼 임상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320㎎ 용량에서는 EGFR-C797S 변이에 대한 결합력(target engagement)이 타그리소 대비 180배 수준으로 확인됐다.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사진)는 “표적항암제에서 결합력이 곧 효능과 직결되는 점을 감안하면 VRN11이 C797S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음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성 신호는 더 뚜렷했다. VRN11을 매일 160~400㎎씩 복용한 중·고용량군 환자 34명에게서 3등급 이상 중증 이상반응이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기존 3세대 TKI가 항목별로 고등급 독성을 꾸준히 동반했던 점을 고려하면 내약성 측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확인된 셈이다.

뇌전이 환자에게 보인 효능 데이터도 VRN11의 강점으로 꼽혔다. 뇌척수액(CSF) 내 약물 농도가 혈중 대비 약 200%로 측정돼, 타그리소 대비 약 30배 높은 수준의 뇌(중추신경계) 침투력을 보였다. 실제 임상에서도 뇌전이 병변을 가진 환자 3명 중 2명에서 종양 완전소실, 1명에서 감소가 확인됐다. 과거 방사선 치료를 병행해야 했던 기존 표적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C797S 환자 대상 美 FDA 가속승인 노린다보로노이는 내년 중 C797S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확증임상을 진행해 그 결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가속승인을 노려보겠다는 계획이다. 타그리소나 렉라자 치료 이후 발생한 C797S 내성변이에 대해 승인된 약이 없는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설명이다. 목표 ORR은 50% 이상이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타그리소가 과거 1·2세대 표적항암제에서 발생한 T790M 내성변이에 대해 타그리소가 ORR 50%와 무진행생존기간(PFS)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속승인을 받았던 사례와 구조가 유사하다”며 “VRN11 역시 이를 벤치마킹해 승인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AACR-NCI-EORTC는 미국 암연구학회(AACR),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유럽 암연구 및 치료기구(EORTC)가 공동으로 주관해 미국과 유럽에서 매년 순회하여 개최되는 국제학회다.

보스턴=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