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는 중장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대체제가 아닌 보완재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제부터 중장년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데 집중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수경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진)은 23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신문빌딩 다산홀에서 열린 '2025 한경 디지털 ABCD 포럼'에서 '초고령화 사회, AI로 풀어보는 인재 육성의 해법과 과제'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중장년 업무자가 가진 직무 전문성이 AI와 만날 때 직무 역량이 십분 발휘될 수 있어 중장년층이 AI 교육의 핵심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중장년층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양적·질적 측면 두 가지를 짚었다. 한국은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중장년층 인구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많은 인재를 확보하려면 중장년층을 겨냥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나라 중장년층은 많은 생산성 인구를 가진 동시에 직무 전문성을 확보한 집단"이라며 "AI가 만든 결과물을 보고 부족한 부분을 바로 한 번에 캐치할 수 있는 이들이 중장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디지털 리터러시나 문제 해결력·물리력 등 '소프트스킬'(직업기초 역량)이 부족한 점은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중장년층의 소프트스킬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주요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OECD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반면 일본, 네덜란드, 오스트레일리아는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중장년층의 인적 역량 감소와 학습 참여 부족에 따른 역량 양극화 문제가 일어났다"며 "한국은 문해력·수리력은 16~24세 청년층에서 높은 수준을 보이지만 중장년층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공부하지 않아 두 능력이 낮게 나타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도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장년층은 새로운 정보 처리 능력을 뜻하는 유동성 지능은 낮으나 '결정성 지능'(경험 지식)은 높다는 특징을 강조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중장년층은 경험에 기반한 결정 능력, 메타인지, 완전 학습에 대한 요구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며 "강의식 수업에서 혼자 학습하기보다 동료 동료 학습자와 함께, 또는 강사와 1대 1 멘토링이 이뤄질 때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왜 학습해야 하는지 학습 효용성을 가져다주면 학습 시너지가 더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직자와 고숙련 재직자의 AI 교육을 차별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반 재직자들에게는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분야의 AI 도구를 빠르게 알려주는 교육이 확대돼야 하고 스킬별로 접근해야 하고 고숙련 재직자는 기본적인 AI 역량 외에 데이터에 대한 변인 분석 등 능동적인 협력자로 만드는 AI 감독자 역량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교육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공공도서관이나 생활 편의시설에다 AI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청년 카페가 있듯이 중장년 카페도 만들어 일자리 상담하면서 AI 공부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기업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기업이 이제는 스팟성 설루션(솔루션)이 아닌 시스템 솔루션으로 접근하는 등 기업 단위에서 AI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경닷컴이 주최하고 모두의연구소가 주관해 ‘AI, 새로운 길을 설계하다- 개인의 삶과 기업 비즈니스의 새로운 전략’ 주제로 열린 한경 디지털 ABCD 포럼은 오전 B2C 세션과 오후 B2B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다. 국내 AI 관련 산업계와 학계, 진로 전문가들까지 연사로 나서 각 분야에서 AI가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전망한다.
AI가 개인의 삶 곳곳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일상화되고, 기업의 미래와 비즈니스 성패를 좌우할 중요 요소로 떠오르면서 이를 양 측면에서 깊이 있게 조망하고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임 대표와 이 선임연구위원에 이어 ‘Humans x AI x Community: 미래교육의 새로운 상상’(정효정 단국대 혁신융합대학 바이오헬스융합학부장) 강연이 진행된다. 이후 김승일 모두의연구소 대표가 모더레이터를 맡아 ‘AI 혁명 시대, 우리 아이와 나의 생존 전략’이란 큰 주제로 패널 토크 시간을 가지며 연사들이 패널로 참여한다.
오후 B2B 세션에선 △The Age of Agentic AI : 산업 AX 전략(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 △AI Network: 기업 내 autonomous agent 네트워크 구축 사례(김민현 커먼컴퓨터 대표)△보안·비용·속도 한 번에: 실무형 소버린 AI, 엔비디아 DGX Spark로 시작하기(맹윤호 스퀘어라이트 대표) △Computing 관점에서 풀어보는 AI Buzzwords: Sovereign, Vertical, Physical, Agentic(권세중 네이버 클라우드 이사) 등 실제 업무의 AI 적용과 기술적 이슈 등에 대한 현업 관계자들의 심도 있는 사례와 전략이 다뤄진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