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 안 마셔요" 2030 돌변에…해외로 간 한국 술 '대변신'

입력 2025-10-23 18:33
수정 2025-10-23 22:24



국내 술 소비가 지속해서 줄어들면서 3분기 주류 업체들의 실적에 '빨간불'이 걸렸다. 업체들은 갈수록 줄어드는 국내 소비 대신 해외 시장 공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동기대비 8.9% 줄어든 639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주류 부문만 별도로 보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7% 줄어 93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비상장기업인 오비맥주는 정확한 실적을 알기 어렵지만 지난 2분기 모회사 AB인베브가 "한 자릿수 후반대 매출 감소"를 언급한 만큼 3분기도 수요 감소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소비쿠폰 발급에도 불구하고 주류 소비는 전체적인 증가를 보이지 못했다. 지난 3분기 주요 편의점들의 주류 매출을 조사한 결과 소비쿠폰 효과로 전년동기대비 10~13% 가량 늘었다. 반면 대형마트들은 오히려 주류 매출이 업체별로 2~1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쿠폰으로 인한 매출 증대 효과가 편의점과 음식점 등에만 쏠리면서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20년 321만킬로리터(kL)에서 작년 315만kL로 전반적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젊은 세대에서 주류 소비 트렌드가 RTD(Ready to Drink) 제품 위주로 변한 것도 원인이다. 전통적인 소주, 맥주 대신 하이볼, 사케 음료 등이 젊은 세대에서 인기를 끌면서 유통채널에서도 이러한 음료를 집중 배치하고 있다. RTD 제품들은 진입 장벽이 기존 제품보다 낮아 대기업, 중소기업과 외국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GS25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하이볼, 사케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68.2%, 89.9% 증가했다.

국내 주류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업체들은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의 올 상반기 소주 수출 합산금액은 1047억원이다. 작년 상반기(962억원) 대비 8.8% 늘었다. 비슷한 성장세가 이어진다고 보면 두 회사의 올해 말 기준 소주 수출 금액은 24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과일소주가 해외 매출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과일소주 수출은 2021년 600억원에서 작년 884억원까지 늘었다. 롯데칠성도 같은 기간 과일소주 수출이 155억원에서 250억원까지 뛰었다.

오비맥주도 최근 수출 전용 소주 브랜드 ‘건배짠’ 수출을 시작하며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건배짠의 1차 수출 대상 국가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대만·캐나다 등 4개국이다. 외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과일 소주 5종을 핵심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해외 공장에서 주류 생산이 본격화되면 수출 물량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내년 하반기부터 베트남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현재 음료를 주력으로 생산 중인 필리핀 공장에서 향후 소주를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