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의 자랑이었던 장남 김문수(34)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9월 5일 아주대학교병원에서 뇌사상태의 김씨가 심장, 신장(양측)을 기증하고 떠났다고 23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8월 30일 길을 걷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찾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어떤 치료도 불가능하다는 의료진의 말을 듣곤 젊은 나이에 이대로 떠나보내기보단 다른 생명을 살리고 그 몸에서 살아 숨 쉬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김씨의 모친 이영화씨는 "내가 만약 죽게 된다면 남을 살리는 기증을 하고 떠나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때, 다른 가족은 반대하기도 했지만, 문수는 '생명을 살리는 일인데 좋은 것 같다'고 호응해줬다"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기증은 문수의 마지막 소원이었다고 생각된다. 그 소원을 이뤄준 것 같다"고 했다.
부산광역시에서 1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난 고인은 착하고 바른 성품으로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으로 기억된다. 활달하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배드민턴, 수영 등 스포츠를 즐겨 했고, 쉬는 날이면 야구와 축구 경기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또 고인은 밝고 모든 일에 적극적인 성격으로 전교 회장과 반장을 맡아서 했고, 컴퓨터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성균관대학교 컴퓨터 공학과를 진학해 공학도의 길을 걸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차량용 음성 인공지능 회사에서 근무했다.
모친은 "아들아. 너무 보고 싶고 그리운데 그곳이 더 좋아서 먼저 갔다고 생각할게. 단 한 번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하늘나라에서 뭐든지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좋겠어. 잘 지내고.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사랑해"라고 마지막 편지를 띄웠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