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은 선언이 아닌 실행...韓 기업도 서둘러야"

입력 2025-11-03 09:08
수정 2025-11-03 11:26
[한경ESG] 글로벌 리더 - 존 데이비스 ACT 아시아퍼시픽 대표



2009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된 한 기업이 전 세계 에너지 전환의 핵심 파트너로 성장했다.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을 돕는 글로벌 환경 솔루션 기업 ACT 그룹 이야기다.

ACT는 전 세계의 에너지 인증서 및 탄소배출권 거래를 중개하며 기업들이 탄소감축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돕는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ACT의 사명은 ‘모든 조직이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지난 15년간 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은 ACT는 본사 외에도 뉴욕, 도쿄, 상하이 등 9개 글로벌 거점을 운영하며 사세를 키웠다.

존 데이비스 ACT 아시아퍼시픽(APAC) 부문 대표는 〈한경ESG〉와 인터뷰하는 내내 ‘실행’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실제로 기업이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빠르게 선택하는 실행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RE100은 선언이 아닌 실행입니다.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해야 합니다.” 존 데이비스 대표는 강조했다.

다양한 에너지 인증 거래 통해 기업 맞춤 서비스 제공

데이비스 대표는 ACT가 기업별 상황에 맞춘 에너지 인증서(Energy Attribute Certificates, EACs) 전략을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각 기업의 목표, 산업구조, 지역 여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가장 현실적인 조달 전략을 세웁니다. 기업의 스코프 2 감축 증빙이나 RE100,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등 국제지속가능성 보고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실제 실행이 가능하도록 말이죠.”

EACs는 각국에서 발급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로, 한 장당 1MWh의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을 의미한다. 보통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전력을 생산한 경우 해당 전력의 출처를 증명하는 EAC가 발급된다. 에너지 인증서 종류로는 국제 재생에너지 인증서 I-REC(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유럽의 GoO(Guarantee of Origin), 아시아의 TIGR(Tradable Instruments for Global Renewables) 등 종류가 다양하다.

I-REC는 약 68개국에서 통용되는 글로벌 표준 EAC로 이른바 ‘전 세계 통용 인증서’다. 한국에서의 에너지 인증서로 K-REC가 주로 소비된다면, I-REC는 국제적으로 거래 가능하다. 이는 기업이 자발적 목표로 삼은 탄소중립을 위한 전략의 일부로 사용된다. 특히 I-REC는 네덜란드 비영리기관 I-TRACK 재단에서 관리하기에 ACT는 지역적 장점을 살려 I-REC 거래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그는 기업이 적절한 조합의 EAC, 가상전력구매계약(vPPA), 탄소배출권을 확보해 지속가능성 보고 및 규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명성과 신뢰성 최우선...마이크로소프트와도 협력

ACT가 가장 강조하는 가치는 투명성과 신뢰성이다. 존 데이비스 대표는 말한다. “모든 인증서는 배출 주장과 일치해야 하고, 올바르게 소각(retired)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CDP, CSRD 등 글로벌 기준에 맞춰 이를 관리합니다.”

그는 인증서 구매가 단순한 서류 절차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인증서나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은 기후 행동에 직접 투자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기후 프로젝트 성장의 동력이 되죠.”

실제 글로벌 기업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기후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ACT가 기업과 협력한 대표적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네거티브로 전환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우리는 프레어스 럼버와 협력해 탄소제거 프로젝트를 설계했습니다. 증기 생산 부산물인 바이오차를 탄소제거 및 토양 개선 솔루션으로 전환해 투명성과 지속성, 확장성 기준을 충족하는 CO₂ 제거 인증서를 만들었죠.”

이 인증에는 과학적 엄밀성과 추가성(해당 감축 프로젝트가 크레디트 판매 수익이 있어야 실행될 수 있었던 사업인지를 증명하는 것)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ACT는 프로젝트 수익을 바이오차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면서 이를 달성했다. 그 결과 ACT는 MS의 탄소 목표 달성뿐 아니라 산불 위험 완화, 토양 건강 개선, 바이오차 기술 확산에도 기여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도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전담 지속가능경영팀이 없고, 신뢰할 만한 전략을 실행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이나 자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바로 이런 지점에서 ACT 그룹이 개입한다.

“ACT의 디지털 탄소 회계 및 조달 플랫폼은 탈탄소화를 보다 단순하게 만들어 중소기업이 복잡한 절차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자동화된 온실가스 산정과 보고부터, 클릭 한 번으로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투명하게 구매하고 정산 및 추적까지 이어지는 일관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를 이용하면 규모가 작은 공급업체들도 에너지 전환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ACT는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이자 기술 기업인 ZF와의 협업을 통해 수백 개의 공급업체가 재생에너지를 도입하도록 지원했다. 접근성을 단순화하고 올바른 도구를 제공하면 중소기업도 실질적으로 넷제로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데이비스 대표는 설명했다.

ACT의 디지털 플랫폼은 사용자 친화적인 대시보드를 통해 공급망 배출 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공급업체를 위해 각자의 시장에서 에너지 속성 인증서(EACs)에 클릭 한 번으로 접근할 수 있다.

ACT는 민간기업뿐 아니라 정부 정책에도 적극 참여한다. “호주 청정에너지청(CER)이 2025년 개정한 국가온실가스 및 에너지 보고 제도(NGER)에 우리의 제안이 반영됐습니다. 바이오메탄 인증서를 신뢰할 수 있는 배출 회계 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이었죠.”

또 ACT는 I-TRACK 재단과 아시아 청정에너지 연합(ACEA)이 주도한 국경 간 전력 거래(CBET) 지침 공청회에 참여하는 등 아시아 전력·인증서 시장의 신뢰성 강화에 기여했다.

아시아 시장 가능성 커...한국서도 I-REC 도입 지원

“아시아는 이제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핵심 지역입니다.” 데이비스 대표의 말이다. “과거에는 탄소배출권 공급지로 여겼지만, 지금은 재생에너지 도입과 기후 대응의 주도자가 되고 있습니다.”

ACT의 아시아 전략은 3가지 핵심축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공급망 탈탄소화의 단순화다. ACT의 디지털 탈탄소화 플랫폼을 통해 아시아 제조 중심 국가들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둘째는 재생에너지 및 탄소 인증서 시장 확대다. 싱가포르 정부 등과 협력해 새로운 탄소 프로젝트 개발 및 인증서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셋째는 규제 기반 시장 전환이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나 싱가포르, 일본, 호주 등의 국내 제도 변화에 대비해 기업들이 규제 대응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자문을 제공한다. 또 ACT는 글로벌 탄소 평가 기관 및 신용평가사와 긴밀히 협력해 탄소시장의 투명성·신뢰성·무결성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기업재생에너지재단과 협력해 I-REC 제도 도입을 지원했다. “한국 기업과 그들의 공급망이 글로벌 인증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입니다. 국내 조달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한국 기업에 대한 조언에는 “빨리 시작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RE100 목표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종류, 조달 지역, 발전소 가동 시점, 인증서 연도 등 세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조기에 시작할수록 유연하게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 또 해외 사업을 병행하는 기업이라면 각국의 제도와 인증 체계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먼저 단기·장기 재생에너지 목표를 세우고, 현황을 평가하세요. 그다음 가능한 조달 옵션을 탐색해 비용 경쟁력을 따져보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실행의 시작입니다.”
ACT Group 소개ACT Group은 전 세계 기업들이 환경 목표를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환경 솔루션을 제공한다. 200개 이상의 환경 상품에 대한 최적화된 조달 전략을 제공하고, 고영향 기후 프로젝트 개발 및 디지털 탈탄소화 솔루션을 통해 고객의 탈탄소 과정을 간소화한다. 2009년 설립 이후 전 세계 9,000개 이상의 기업이 ACT를 전략적 탈탄소화 파트너로 선택했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