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관광시장은 장년층에 의존해 유지되고 있지만, 미래 시장 주역인 MZ(밀레니얼+Z)세대의 선호는 이미 해외 시장으로 이동한 상태입니다."
최근 젊은 세대일수록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데 대해 홍석원 야놀자리서치 수석연구원은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관광의 미래 수요 기반이 약화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 신호"라며 이같이 말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불황에도 해외여행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1456만명이 해외로 떠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1501만명) 수준에 근접했고, 1인당 지출액은 971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925억달러) 대비 소폭 늘었다.
야놀자리서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한국인의 해외여행 소비를 국내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국내여행을 기능적 소비에서 경험적 소비의 대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이날 발표한 사이트 보고서 '해외여행의 동기와 국내여행 재도약 방안: 한국인의 여행 심리를 중심으로'를 통해 한국인의 해외여행 선택 동기와 국내여행 인식을 심층 분석하고, 국내여행의 경험 가치를 높이기 위한 3대 전략을 제시했다. 해외여행 선호도 젊을수록 높아…국내여행 경비 해외여행 대비 25% 수준
보고서는 젊은 세대일수록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현상이 세대적 단절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임을 지적했다. 20대 이하의 해외여행 선호도는 48.3%로 국내여행(28.6%)보다 약 1.7배 높았고, 30대 역시 해외여행(45.9%)이 국내여행(33.8%)을 크게 앞질렀다. 반면 50대(42.7%)와 60대 이상(42.4%)은 국내여행을 더 선호했다.
국내여행에 대한 낮은 가치 인식은 지불 의향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야놀자리서치가 최근 해외여행 경험자 7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향후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을 선택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지만, 지불 의향은 해외여행 지출액의 30~50% 수준에 그쳤다. 해외여행과 동일한 금액을 지출하겠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1회 평균 지출액이 해외여행(약 198만원) 대비 국내여행(약 54만원)이 4분의 1 수준에 머문다며 이는 국내여행이 맞닥뜨린 문제가 가격 자체가 아니라 가격 대비 가치에 대한 불신임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해외여행은 '경험적 투자', 국내여행은 '기능적 소비'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새롭고 이색적인 경험'(39.1%), '다양한 볼거리'(28.1%) 등 경험적 가치가 중심이었다. 해외여행 선택 요인에서도 '일상탈출의 느낌'(5.5점), '새로운 문화 접촉'(5.4점) 등 경험적 요인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국내여행 선호 이유는 '시간·비용 부담이 적어서'(32.8%), '이동이 간편해서'(30.1%) 등 편의성 중심의 기능적 소비가 대부분이었다. 국내여행을 편리함 중심의 기능적 소비로 인식했지만, 해외여행은 일상 탈출과 문화적 자극을 제공하는 경험적 투자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국내여행의 불신 요인으로는 관광지 물가(45.1%), 특히 숙박(69%) 및 식음료(41%) 가격 등 '가격-품질 불일치', '특색 있는 관광 콘텐츠 부족'(28.2%), 소수 지역에 관광 수요가 집중되면서 혼잡도와 물가를 상승시키는 '관광 집중화의 악순환'을 지목했다.
야놀자리서치는 지역의 역사, 인물, 문화를 엮어내는 '로컬 스토리텔링 강화', 미식, 예술, 웰니스 등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높은 지불의향을 가진 고객층을 공략하는 '프리미엄 테마여행 개발',폐산업시설이나 구도심 등 잊힌 공간을 새로운 관광 거점으로 재창조하는 '유휴공간의 재발견과 재생'등 국내여행을 열망의 대상으로 만들기 위한 세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대규모 투자 없이 지역 자산을 활용해 새로움과 희소성을 부여하며 젊은 세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 문화에도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야놀자리서치 원장 장수청 퍼듀대학교 교수는 "전략의 핵심은 국내여행을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경험으로, 기능적 소비에서 경험적 투자의 영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민간의 창의성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공공은 교통 인프라 연결과 과감한 규제 혁신으로 이를 뒷받침하며, 공정가격 인증 제도 도입 등으로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실행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문화유산과 독보적인 K-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며 "여기에 관광 경험의 가치를 재설계하기 위한 노력이 더해진다면, 국내여행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