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만 46% 뛰었다…엔비디아 업고 신고가 행진 [종목+]

입력 2025-10-23 09:01
수정 2025-10-23 09:19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 주가가 이달 들어서만 50% 가까이 뛰며 신고가 행진을 펼치고 있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의 수혜주로 부각된 데다 원전·로봇 등 자회사 기업가치가 높아지면서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호실적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의 수혜 기대도 맞물리면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은 전날 5.61% 오른 79만1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79만4000원까지 올라 1년 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회사 주가는 이달에만 46.21% 급등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가가 1342억원 규모로 두산을 순매수해 주가를 밀어올렸다.

주가가 오르자 상당수 개인투자자도 평가이익을 보고 있다.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에 따르면 전날 기준 두산 투자자 2699명의 평균 매수가는 54만2408원으로 평균 수익률은 45.83%에 달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사이클의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가 주가에 힘을 싣고 있다. 두산은 자체 사업인 전자소재(전자BG)의 주요 고객사 엔비디아에 AI 가속기용 동박적층판(CCL)을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 GB300에 들어가는 컴퓨팅 트레이(그래픽처리장치 연결 기판)용 CCL 단독 공급도 사실상 확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엔비디아가 비용 절감을 위해 차세대 AI 추론용 가속기 '루빈 CPX'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GDDR7을 채택한 점도 긍정적이다. 두산이 글로벌 GDDR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GDDR7용 CCL 시장에서 두산의 점유율이 매우 높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GDDR7이 적용되는 루빈 CPX는 완전히 새로운 모멘텀(동력)"이라며 "두산은 지난해부터 GDDR7용 CCL 양산 공급을 시작한 만큼 생산능력(CAPA) 증설 없이 큰 폭의 물량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실적 전망도 밝다. 증권가에 따르면 두산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10% 내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엔비디아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조정으로 주가에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GB300과 메모리 반도체 등으로의 CCL 공급이 늘면서 4분기에는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DS투자증권은 두산의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전분기 대비 16.4%와 17.7% 증가한 4910억원과 1420억원으로 추정했다.

두산의 자회사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지분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점도 주가를 밀어올린 요인이다. 증권가에서는 원전과 로봇 테마가 여전히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의 높아진 가치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 회사가 가진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3차 상법 개정안이 다음달 국회를 통과하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수현 연구원은 "두산의 보유 자사주 17.9% 중 6%는 오는 2027년까지 소각될 예정"이라며 "잔여 자사주 11.9%도 3차 상법 개정 시 소각이 검토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