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최대 호수인 임피리얼밸리의 솔턴시(Salton sea). 바다처럼 광활한 호수라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바싹 말라붙은 호숫가로 다가가자 계란 썩은 듯한 악취가 진동했다. 과거의 번영을 짐작하게 하는 안내 간판 너머로 폐건물만 황량하게 남아 있다.
솔턴시는 이곳의 풍부한 자원을 탐낸 인간의 욕망으로 흥망을 거듭했다. 1950~1960년대 솔턴시는 가수 프랭크 시내트라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 등이 찾던 인기 휴양지였다. 과거 아메리칸 원주민이 작은 염전을 가꾸며 살던 이곳은 1905년 콜로라도강에서 범람한 물이 모이며 사막의 오아시스로 바뀌기 시작했다. 돈 냄새를 맡은 장사꾼들이 식당과 숙박시설을 짓기 시작했고 연 150만 명이 찾는 관광지로 거듭났다.
1970년대 들어 호수 위로 죽은 물고기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람들 모르게 인근 농가에서 버린 폐수가 호수를 유독하게 만든 것이다. 게다가 콜로라도강에 댐이 생겨 수량이 줄어들어 호수는 말라갔다. 먼지바람과 악취로 사람들은 솔턴시를 하나둘 떠나갔고 임피리얼카운티는 주에서 소득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 전락했다.
암울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잡은 희망이 바로 리튬이었다. 2020년대 전기차 열풍이 불며 소금 호수 아래 대량의 리튬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 끝에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는 2023년 이곳에 400만t, 최대 1800만t의 탄산리튬이 매장돼 있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3억82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 발견된 것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2023년 이곳을 찾아 “리튬 매장량에 관해 캘리포니아주는 사우디아라비아나 마찬가지”라고 선언했다.
1970년대부터 솔턴시의 리튬 매장 가능성을 제기해 탐사에 참여한 마이클 매키번 UC리버사이드 지질학과 교수는 “솔턴시의 염수, 태커패스의 점토암에 함유된 리튬이 그간 채굴되지 못한 것은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기술이 검증되면 중국과 호주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은 스스로 리튬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피리얼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