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만이라도 주 52시간제 예외를"

입력 2025-10-22 17:15
수정 2025-10-23 01:18
20~30년 전만 해도 중국이 한국 산업계를 집어삼킬 것으로 예상하는 이는 드물었다. 중국과 수교를 맺은 1992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126달러로 중국(420달러)의 20배에 달했다. 중국은 매섭게 추격했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GDP는 1만3300달러로 한국(3만4000달러)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혔다.

산업계에선 한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되찾는 첫 번째 수순으로 ‘일하는 문화’를 되살리는 일을 꼽는다. 최소한 전략산업, 첨단산업만이라도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지 않고선 우리보다 10배 이상 많은 엔지니어가 ‘9·9·6’(오전 9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근무) 시스템으로 일하는 중국과 상대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생산성 저하를 낳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국내 임금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08년 2228시간에서 2023년 1872시간으로 16% 줄었다. 그 결과 연구개발(R&D) 조직을 둔 471개 기업 중 75.8%가 주 52시간제로 성과가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반도체 연구 인력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허용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내쳤고 이제는 주 4.5일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도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지난해 0.75명)을 극복하려면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산업을 키워야 하는데, 미국과 중국보다 실력이 한참 뒤처진다. 중국은 자국 휴머노이드 로봇 수요를 2025년 1만 대에서 2030년 28만 대까지 끌어올리고 산업용 로봇 가격을 15만위안(약 3000만원)대로 낮춰 단순 노동을 대체한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운 뒤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첨단 로봇 100만 대를 보급한다”는 거창한 목표만 내세웠을 뿐 파격적 지원도, 개발·생산을 촉진할 규제 완화도 뒤따르지 않았다.

산업계에선 ‘선시행 후규제’로 대표되는 중국식 산업 촉진 전략을 한국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기업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으로 산업 체질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원종환/안시욱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