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구리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t당 1만달러를 한 달 넘게 웃돌고 있다.
22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전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구리 현물 가격은 t당 1만612달러였다. 지난달 25일 1만312달러를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1만달러 선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올해 초만 해도 구리 가격은 8701달러였다. 과거에도 외부 변수로 하루이틀 1만달러를 넘어선 적은 있지만 이렇게 장기간 높은 가격이 유지된 건 처음이다. 기업 원자재 구매팀 관계자는 “전쟁이나 주요국의 정책 변화로 일시적으로 구리 가격이 오른 것과 달리 현재는 구조적으로 시장균형가가 1만달러 위로 올라선 것 같다”고 말했다.
구리는 ‘미스터 코퍼(Mr. Copper)’로 불릴 정도로 경기 변동과 밀접해 글로벌 경기가 좋아질 때는 가격이 오르고, 경기침체일 때는 내려간다. 지금은 경기가 상승 사이클을 보이지 않는데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기자동차, 재생에너지 설비 등 특정 산업이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구리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 서버에 견줘 AI 데이터센터는 세 배 이상의 구리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측면에서도 애로가 발생하고 있다. 칠레·콩고 등 주요 산지에서 정광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현재 LME 기준 재고는 12만t대로 연초 대비 30% 이상 줄어들었다.
국제구리연구그룹(ICSG) 등은 세계 구리시장이 당분간 만성적인 초과수요 상태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제품 가격으로 전가하기 어려운 국내 건설, 기계 등 제조 업종의 원자재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